"현대차 파업을 철회하라" 조합원·울산 시민 역풍 확산

  • 입력 2007년 6월 19일 17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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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지부장 이상욱)가 조합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파업 반대 분위기가 확산되자 진퇴양난에 빠졌다.

일부 조합원들은 현대차지부가 올해 임금협상안을 확정하기 위해 21일 여는 대의원대회에서 파업 철회를 결의해야 하다는 요구도 잇따르고 있다.

▽"우리도 난감하다"=현대차 이상욱 지부장은 19일 오후 7시 울산시내 모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금속노조의 방침대로 25~29일까지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反) 파업 분위기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상급단체 지침에 따라 파업에 돌입하는데 대해서는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듯한 표정이 역력했다.

현대차지부의 한 간부는 이날 "금속노조 산하 지부인 우리에게는 파업을 철회할 권한이 없다"며 "하지만 현장 조합원들은 우리에게 파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우리도 입장이 난감하다"고 털어놨다.

▽"파업 철회하라"=울산지역 140여 시민·사회·경제단체로 구성된 행복도시 울산 만들기 범시민협의회(행울협·공동위원장 이두철 상의회장 등 5명)는 19일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행울협은 20일 금속노조를 방문, 파업 철회를 촉구한 뒤 파업 철회를 촉구하는 시민 궐기대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직 노조 소위원 의장이자 현장 노동조직의 간부인 옥모 씨는 19일 '파업결정은 조합원 총회로 해야 한다'는 제목의 대자보를 통해 "현장 대부분의 조합원은 파업을 원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만큼은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반 조합원인 김모 씨도 '누구를 위한 파업입니까? 누가 원하는 파업입니까?'는 제목의 대자보를 통해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이날 파업 반대 대자보를 부착하기로 했던 현대차 내 현장조직 가운데 하나인 신노동운동운동연합 현대차지부(대표 김창곤)는 대자보 게시에 서명 해주기로 했던 대의원이 갑자기 거부해 일단 연기했다.

김 대표는 "20일까지 대자보 부착을 못하면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파업의 부당성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무룡산 산신령'이라고 밝힌 조합원은 19일 노조 홈페이지에 "21일 오후 1시 울산공장 앞 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해서 강력하게 파업 철회를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또!또!'라는 조합원은 "21일 대의원대회에서 어느 대의원이 무슨 말을 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파업하면 현대차는 안 산다"=노조의 이런 움직임은 울산 시민의 반(反) 현대차 정서로 연결돼 현대차의 판매가 줄어들고 있다. 울산에서 현대자동차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는 A(45) 씨는 "만나는 고객마다 이번에 또 파업을 하면 현대차는 안 산다고 말한다"고 울상을 지었다.

'고객소리'라는 조합원은 노조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3개월 동안 공들여 렌트카 회사와 최근 승용차 150대를 계약하기로 확답을 받아놓았다"며 "하지만 18일 밤 렌트카 회사 측이 '파업하는 현대차는 구입하지 마라'는 사장의 지시가 있어 계약을 못하겠다고 통보왔다"고 밝혔다.

'여명'이라는 조합원은 "8년간 현대차의 고객이었던 모회사 사장이 '파업하는 현대차가 미워 더 이상 현대차는 사지 않기로 했으니 회사 출입을 하지 말라'고 했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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