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8000억 사기’ 주수도 등친 ‘초졸의 가짜 박사님’

  • 동아일보
  • 입력 2007년 6월 14일 03시 08분


투자자들에게 1조8000억 원대의 사기 피해를 입힌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주수도(51) 제이유그룹 회장이 초등학교 졸업 학력의 가짜 ‘법조계 저명인사’에게 감쪽같이 속아 8억 원이 넘는 돈을 로비 자금으로 ‘헌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모(55) 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고시 공부를 하다가 진로를 바꿔 1993년부터 공무원 시험 학원에서 행정법 등을 강의하며 행정법, 헌법 등과 관련된 책을 펴내기도 했다. 자신에 대해서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고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이 씨는 2001년 9월 제이유그룹 계열사 대표로 있던 조카 H 씨를 통해 주 회장을 만나게 됐다. 주 회장은 이 씨를 법조계 저명인사라 믿고 이 계열사의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주 회장이 방문판매업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던 2002년 7월 제이유그룹 비서실장 김모(43·구속) 씨는 “구속된 주 회장이 석방되도록 법원 및 검찰 공무원에게 청탁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이 씨에게 3200만 원을 건넸다.
우연의 일치로 같은 해 주 회장은 벌금형을 받고 풀려났고 이 씨가 자신의 석방을 도운 것으로 믿게 됐다.
주 회장은 2002년 10월 회장실로 이 씨를 불러 감사의 뜻을 표시하며 “앞으로 수사기관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있을 경우 인맥을 이용해 잘 해결해 달라”며 자기 명의의 현금카드 1장을 줬다. 2005년에는 비서실장 김 씨 명의로 돼 있는 현금카드 1장을 추가로 줬다.
이 씨는 2장의 현금카드로 지난해 4월까지 60차례에 걸쳐 무려 6억2700만 원을 빼내 썼다. 이와 별도로 이 씨는 경찰의 내사 및 공정위의 조사 무마 명목으로 제이유 측에서 7000만 원을 더 받아 냈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이 씨에게는 로비를 할 만한 인맥도 없었고 로비를 위해 한 푼도 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는 제이유 측에서 받은 돈 중 4억 원을 정기예금에 넣어 놓았고 나머지 돈은 자녀의 유학 자금, 부인 사업 자금 등에 썼다고 검찰은 밝혔다.

▼서경석목사 피내사자신분 조사
한편 제이유그룹의 불법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최재경)는 13일 제이유 측에서 4억6000만 원을 후원받은 복지단체 ‘나눔과 기쁨’의 상임대표 서경석 목사를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서 목사를 불러 밤늦게까지 주수도 제이유그룹 회장의 최측근인 한의상(구속) 씨와 친분이 있던 서 목사가 후원금을 받은 배경과 다른 명목으로 돈을 받았는지 등을 조사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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