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노사대표의 ‘날 선 대화’

  • 입력 2007년 4월 1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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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왼쪽)과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서울 마포구 대흥동 경총회관에서 만나 노사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왼쪽)과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서울 마포구 대흥동 경총회관에서 만나 노사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대흥동 경총회관.

하늘은 맑은데 빗방울이 가늘게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얼굴은 웃고 있는데 주고받는 대화에는 날이 시퍼렇게 서 있더군요.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의 만남에 대한 얘기입니다. 두 사람은 이날 경총회관 회장실에서 노사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습니다.

취임 2개월째인 민주노총 이 위원장이 취임 인사를 하기 위해 방문한 자리였죠. 의례적인 인사방문이었지만 공교롭게도 전날 경총을 포함한 경제5단체가 정부의 노동정책과 노동계를 비판한 직후여서 이날 방문은 특히 눈길을 끌었습니다.

처음 말문을 연 것은 경총의 이 회장이었습니다. 그는 “유니폼이 바뀐 모양인데 이제 빨간색 옷은 입지 않나요”라고 물었습니다. 빨간 옷은 파업 등 강경투쟁을 상징합니다.

그러자 이 위원장은 바로 “필요하면 언제든지 입는 것이죠”라고 답했습니다. 표정도 순간 굳어졌습니다. 그는 곧이어 “어제도 한 건 하셨더군요”라며 “어제 부회장단 회의 같은 것이 저를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전날 경제5단체의 행동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나타낸 것이었죠. 이 위원장은 민주노총에서 투쟁일변도의 노동운동보다 상대적으로 대화와 협상을 통한 노동운동을 강조하는 온건파로 꼽힙니다. 기자의 눈에는 그가 마치 “계속 노동계를 비판한다면 다시 강경투쟁을 벌일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자 이 회장도 일부 노조의 행동에 대해 꼬집었습니다. 이 위원장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당부한 직후였습니다.

이 회장은 “기업뿐만 아니라 노조도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 노조도 선진국 노조처럼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사화합의 기반을 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일부 대형 제조업체 노조의 극단적인 투쟁을 염두에 둔 듯 “제조업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이날 만남에서 두 사람은 5월 시행될 산별교섭 등에 대비해 비공식 대화채널을 마련하고 대화를 자주 갖기로 합의했습니다. 아무쪼록 한국의 노사관계가 발전적으로 달라지길 기대해 봅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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