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KT&G, 라디오 기업광고 못한다"

  • 입력 2007년 2월 7일 13시 54분


담배 제조 판매회사인 KT&G는 기업 이미지 자체가 담배와 연관돼 있어 기업 이미지 광고라도 사실상 담배광고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김상준)는 7일 KT&G가 "담배나 흡연에 관한 표현이 전혀 없는 순수 기업 이미지 광고를 금지한 것은 부당하다"며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광고심의기구)를 상대로 낸 방송불가결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KT&G 측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KT&G는 지난해 4월 "작은 나눔이 큰 꿈이 됩니다. 더 좋은 내일 KT&G"등의 내용이 담긴 20초 분량의 라디오 광고를 하려고 광고심의기구에 심의를 요청했다. 그러나 광고심의기구는 이 광고가 '방송광고 심의에 관한 규정' 42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담배 및 흡연광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방송불가 결정을 내렸다.

KT&G 측은 "담배광고가 아닌 순수 기업 이미지 광고까지 막는 것은 경쟁기업에 비해 불합리한 차별이고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KT&G 측이 하려는 광고는 얼핏 보면 담배에 관한 내용은 없지만 광고를 통해 기업 이미지와 상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담배를 보다 많이 판매하려는 의도"라며 "따라서 이 광고는 단순한 기업 이미지 광고 뿐 아니라 담배광고로도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KT&G 측은 광고 끝부분에 나오는 회사 명칭과 관련해 T는 'Tomorrow' G는 'Global'의 머릿 글자라고 주장하지만 일반인은 KT&G의 옛 이름인 '한국담배인삼공사'를 떠올려 T를 'Tabacco'의 머릿글자로 인식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KT&G 측은 "KT&G는 담배 외에 부동산 바이오 사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담배를 언급하지 않고 기업 명칭만 밝힌 이미지 광고는 법에서 금지한 '담배에 관한 광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이종석기자 wing@donga.com

박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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