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우리학교 논술 수업]수원시 천천고 ‘금요논술강의’

  • 입력 2007년 1월 23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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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경기 수원시 천천고 도서관. ‘통합교과형 논술반’ 1학년 학생 14명이 박미숙 교사와 함께 동아일보 ‘이지논술’을 보며 논술공부를 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날 ‘대증요법’에 관한 서로 다른 두 개의 글을 읽으면서 동일한 단어가 서로 다른 의미와 맥락으로 쓰이는 경우 그 차이점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방법에 대해 공부했다. 박영대 기자
17일 오후 경기 수원시 천천고 도서관. ‘통합교과형 논술반’ 1학년 학생 14명이 박미숙 교사와 함께 동아일보 ‘이지논술’을 보며 논술공부를 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날 ‘대증요법’에 관한 서로 다른 두 개의 글을 읽으면서 동일한 단어가 서로 다른 의미와 맥락으로 쓰이는 경우 그 차이점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방법에 대해 공부했다. 박영대 기자
천천고의 ‘금요 논술강의’ 프로그램. 이 학교 고은희 교사가 앵커로 나와 통합교과형 논술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 천천고
천천고의 ‘금요 논술강의’ 프로그램. 이 학교 고은희 교사가 앵커로 나와 통합교과형 논술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 천천고
직접 만든 방송 프로그램으로 논술 호기심 자극

교사들 연구모임 통해 자체 학습서도 제작

“천천 학생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러분이 이 시간을 통해 논술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해서 참 좋았는데요. 논술에 겁먹지 않고 ‘논술, 그까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천천인들이 되길 바랍니다. 자, 오늘의 강의 안내해 드릴게요. 첫 꼭지로, 여기 스튜디오에 깜짝 초대한 두 분의 선생님과 논술 박사님께서 여러분에게 논술의 배경 지식이 될 수 있는 유익한 도서와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실 거예요.”

지난해 12월 22일, 경기 수원시 천천고(교장 양재룡). 1∼3학년 학생들은 교실 모니터를 통해 매주 금요일 오후 3시 반에 시작되는 ‘금요 논술강의’를 지켜보고 있었다. 금요 논술강의는 천천고가 자체 제작하는 프로그램. 고은희(국어) 교사가 앵커로 나선 이날 방송에서 초대 손님으로 나온 송연수(미술) 이윤주(사회) 교사는 논술의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는 책을 소개했다. ‘논술박사’로 출연한 이현숙(정보사회와 컴퓨터) 교사는 배경지식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는 TV 프로그램(시사 토론 다큐멘터리)들을 짚어 주었다. 이어 서울대 논술 채점 기준과 학생들의 논술 작성시 오류 형태 10가지가 자료 화면과 함께 제시되었다. 강의 말미엔 ‘논술 스터디를 만들라’ ‘복습 글쓰기를 하라’와 같은 ‘오늘의 논술 비법’ 2가지가 소개됐다.

20분여에 걸친 1부 방송이 끝났다. 2부로 ‘원격강의’가 이어졌다. 동아일보 ‘이지논술’ 온라인 동영상 강의인 ‘영화, 생각의 보물창고’ 코너가 방영됐다. 학생들은 영화 ‘왕의 남자’에 대한 동영상 강의를 본 뒤 이 영화의 △키워드 △외줄타기 장님놀이 등 각종 놀이에 담긴 의미를 묻는 체크 리스트의 공란에 자신의 생각을 적어 넣었다.

천천고는 ‘영상 세대’로 불리는 신세대 학생들의 취향을 논술 교육에 십분 이용한다. 자체 방송실을 스튜디오 삼아 미술 교사가 무대를 꾸미고, 각 과목 교사들이 출연해 논술에 관한 정보와 지식을 전하며, 방송동아리 학생들이 이를 캠코더로 직접 촬영해 매주 방영하는 것이다.

논술교육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박미숙(국어) 교사는 “때론 교사들이 가발이나 가면을 쓰고 나와 자신의 정체를 감추는 방법으로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면서 “학생들이 논술을 친근하게 느끼도록 하는 동기유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논술 방송수업이 학생들의 호응을 얻자, 박 교사를 비롯한 국어 수학 과학 사회 도덕 교사 13명은 ‘통합교과 논술 교사모임’을 만들었다. 이들은 2개월여의 논의 끝에 ‘생생 통합교과 논술’이라는 자체 학습서를 내놓았다. 8일부터 겨울방학 방과 후 수업에 참여한 이 학교 통합교과논술반 1학년 학생 15명과 2학년 학생 30명은 이 책을 교재로 주 2회(회당 100분 수업)씩 총 10회에 걸쳐 논술 수업을 듣는다. ‘생생 통합교과 논술’은 제시문을 단계별로 나누어 이해하도록 함으로써 학생들이 과정 중심 사고를 기르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다.

천천고가 진행하고 있는 일련의 논술교육 프로그램은 이 학교 교육연구부가 지난해 5월 교사 55명과 1, 2학년 학생 2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마련한 것이다. 조사 결과 학생의 62%가 “학교가 논술지도를 해 주기를 원한다”고 답했고, 교사 중 절반이 “통합교과형 논술팀이 구성된다면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교내에는 자연스럽게 ‘논술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이런 분위기는 교사들이 연구모임을 결성하고 새로운 형태의 논술수업 및 교재를 기획하는 데 든든한 추진력이 되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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