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시신 확인없는 살인죄 적용은 무효"

  • 입력 2007년 1월 11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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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과정의 초기 자백을 근거로 기소된 살인혐의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대전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박관근)는 11일 동거녀의 언니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A(43) 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시신 확인 없이 살인죄를 적용하는 것은 증거법상 어렵다"며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대신 폭력행위(중감금, 협박 등)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9년을 선고했다.

또 A 씨의 감금 등 폭력행위를 도운 B(32) 씨에 대해서도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살인 혐의 입증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피해자의 시신이 결국 발견되지 않아 생사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자백만으로는 유죄로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살인 전 단계에서 피해자를 납치, 감금하는 등 폭력을 휘두른 점 등은 여러가지 간접 자료에 비춰볼 때 유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A 씨는 2005년 9월 동거녀인 C(44) 씨가 혼인신고를 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의 승합차에 감금해 폭행했으며 같은 해 12월 28일 B 씨와 함께 동생과의 동거를 강하게 반대해 온 C 씨의 친언니 D(45) 씨를 납치한 뒤 대전 서구 방동저수지 부근에서 살해해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범행 직후 경찰에서는 범행 일체를 자백했으나 검찰조사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해 범행 일체를 부인했으며 D 씨는 지금까지도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박 부장 판사는 "90%의 확신과 개연성이 있다하더라도 10%의 의심이 남아 있다면 증거법상 유죄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살인행위에 대해 목격한 사람이 없을 경우 '유력한 정황'을 기초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A 씨가 피해자를 납치한 사실이 입증됐고 살해동기를 진술했으며 납치 이후 피해자가 행방불명된 점 등을 종합하면 살인 정황이 충분하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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