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희균]속보이는 특목고 실태조사

  • 입력 2007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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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발전을 위한 조사라면 좋지만 어떻게 하면 공부 잘하는 학교를 끌어내릴까 혈안이 되어 있으니….”

경기 지역의 한 외국어고 관계자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전국 특수목적고 특별 실태조사에 대한 보도를 보고 불만을 표시했다.

교육부는 상당수 외고가 입학 전형에서 수리형 문제 출제, 유학반과 자연계 진학반 운영, 영문성적증명서 성적 부풀리기 등의 편법행위를 했다고 7일 밝혔다.

그러나 외고 관계자들은 “일부 외고의 잘못은 바로잡아야 하지만 모든 외고가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매도해 억울하다”며 “겉으론 모든 특목고 실태조사이지만 사실은 외고 표적조사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외고들이 이처럼 반발하는 이유는 교육부의 이번 조사가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의심을 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6월 외고 신입생 선발지역을 2008학년도부터 거주지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반발이 있자 2010학년도로 연기했다. 지금은 시도교육감 권한인 외고 설립인가를 교육부와 사전 협의하도록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당시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자신의 자녀는 외고를 보냈으면서도 ‘외고는 실패한 정책’이라고 규정하고 외고 옥죄기에 앞장섰다. 이는 자립형사립고 제도를 막기 위해 개념도 모호한 ‘공영형 혁신학교’(이후 개방형 자율학교로 변경)를 띄우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외고 관계자들은 교육부의 지적사항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우선 자연계 진학반 운영은 선택형인 제7차 교육과정의 취지를 활용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유학용 영문성적증명서에 수우미양가 대신 ABCD로 표기해 성적을 부풀렸다는 지적도 “국내용 학생부에는 규정대로 기재했고, 유학용 증명서는 해당 국가의 양식에 맞추는 게 당연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 당국자들이 외고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어는 학문을 위한 수단인 만큼 통역관 양성이 아니라 우수한 외국어 능력을 갖춘 인재가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도록 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평준화제도가 비판을 받을 때마다 특목고 등을 통한 보완책을 거론하면서도 실제로는 일반 학교와 똑같은 교육을 강요하고 있다. 규제가 아니라 ‘외고 활성화 방안’에 관한 뉴스는 언제쯤 들어볼 수 있을까.

김희균 교육생활부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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