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2007 정시 논술 특집]경희대 논술 문제 유형

  • 입력 2006년 12월 26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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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문】 (가), (나)는 최근 스크린 쿼터와 관련된 논란을 보여주는 글이다. 제시문 (다), (라), (마)를 (가), (나)의 태도에 따라 구분한 후, 하나의 태도에 서서 스크린 쿼터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가) 유엔의 191개 회원국들은 작년 10월 자국의 고유한 문화정책을 채택할 수 있는 주권국가의 권리를 국제법으로 보장하기 위한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을 위한 유네스코 협약’을 사실상 만장일치로 채택하였다. 통상협정의 위협으로부터 인류의 문화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위대한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이에 우리는 문화 다양성 협약이 발효될 수 있도록 한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가 하루빨리 비준해 줄 것을 촉구한다. 오늘 우리는 한국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결정에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스크린쿼터제는 그동안 한국인의 말과 글로 한국인의 생활방식과 정서를 표현하는 한국영화가 한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이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하여 영상 문화 다양성에 이바지해 왔다. 이러한 모범적인 문화정책을 무역협상의 전제조건으로 훼손하는 것은 유네스코가 제정한 문화 다양성 협약의 정신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나쁜 선례를 남김으로써 문화 다양성에 위협이 될 것이다. 한국정부는 국제사회의 흐름에 부합하여 스크린쿼터를 원상회복시킬 것을 간곡히 촉구한다.

[부산국제영화제 문화 다양성의 밤 선언문]

(나) 영화인들의 주장은 모순에 휩싸입니다. ‘영화제작이 문제가 아니라 영화배급망이 문제다.’ 과연 그럴까요? 아무리 미국이 물량공세로 한국영화의 배급망을 틀어쥐게 된다 해도 관객이 찾지 않는 영화는 이익을 가져 다 줄 수 없으며 설혹 관객이 든다 해도 물량공세에 드는 비용과 영화수익을 따져보면 결국 손익분기점만 높아집니다. 결국 미국의 물량공세는 실익 없는 낭비에 그칠 공산이 크지요. 이것을 살펴보면 영화의 진짜 주인은 영화제작자나 영화스타나 영화기획사가 아닌 자신의 지갑에서 돈을 지불하며 만족을 추구하는 ‘관객’인 것입니다. 영화인들의 주장처럼 미국이 한국의 스크린을 입도선매식으로 독과점하고 미국의 영화만을 한국관객에게 강요하게 될 때 관객들은 그들의 ‘음모’에 그저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라, 관객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으면 굳이 영화관을 찾아서 지갑을 여는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는 것입니다. 영화만이 문화적 상품이 아니라 그 외 수많은 문화적 상품이 가득할 테니 취향에 맞지 않는 영화에 비용을 지불하기보다 새로운 취향에 맞는 문화적 상품을 대안적으로 찾아나서는 다양성을 보이게 되죠. TV, 비디오, DVD, 만화, 잡지, 소설, 인터넷 콘텐츠, 게임 등등……. 결국 미국은 어쩔 수 없이 관객의 취향에 맞추어 미국 영화만이 아니라 돈이 되는 다양한 문화적 취향에 맞춘 영화를 스크린에 공급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 취향이란 것이 일률적으로 대자본을 투여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인 관객의 취향은 그때그때 매번 다르며 불확실하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한 실험과 모험적 도전이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문화적 다양성이 훼손된다는 영화인들의 주장은 무너지게 되는 겁니다. 더군다나 한국의 소비자 관객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서는 한국의 취향을 가장 잘 알고 있고 한국적 취향에 가장 맞는 스태프와 배우를 스카우트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스크린쿼터제는 축소가 아니라 오히려 폐지하는 것이 오히려 현재 영화인들에게는 축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더 많은 자본이 영화계에 투자될 것이고 경쟁의 원리에 따라서 미국과 한국의 자본투자자들이 앞다퉈서 영화인재들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의 낮은 인건비보다 월등히 높은 개런티를 보장해 주려고 할 것입니다.

[뉴라이트 웹 칼럼]

(다) 무역으로 먹고 사는 한국으로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과의 FTA는 논리적인 당연한 귀결이다. 미국시장은 최근 한국의 가장 큰 수출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일본, 그리고 동남아 시장을 전부 합친 것보다 더 큰 수출시장이다. 1988년 올림픽 이후 한국은 세계 최고의 이 거대 시장에서 점점 더 밀려 나고 있다. NAFTA로 인해 한국제품이 들어설 자리를 캐나다산, 멕시코산이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무역의 50% 이상이 FTA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을 감안한다면, 무역 대국인 한국이 FTA에서 소외되어 있기 때문에 자초되는 불이익은 그대로 성장부진과 실업사태로 이어진다.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이미 낮은 수준이고 한국의 관세율은 미국보다 높기 때문에, 무관세를 목표로 하는 FTA 협상이 체결되면 미국만 좋은 일 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의 관세 감축이 더 크기 때문에 미국에 대한 수출 증가 폭이 한국의 대미수출 증가 폭보다 크리라는 것이 상식적인 관측이지만, 이것은 문제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한미 FTA 영향 평가에서 중요한 것은 대미 무역수지 규모가 얼마나 변화할 것인가가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한국의 무역규모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한국경제의 효율성이 향상되고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마련하는가 하는 것이다. 한미 FTA를 통해 양국 간의 무역 규모가 확대되고 그만큼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소득이 증대되고 자본축적이 이루어지고 생산성이 향상되어 경제성장이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게 될 것이라는 것은 전문가 집단의 공통된 견해이다.

[국정홍보처 웹 칼럼]

(라) 이러한 자본주의의 새로운 단계는 성공을 거두는 바로 그 순간부터 제 무덤을 파기 시작한다. 문화 영역에 그나마 온전히 남아있던 것을 해체하고 재가공하고 포장하고 판매하여 인간 활동의 거의 모든 내용을 상품화된 체험으로 바꾸는 데 성공을 거둔다 하더라도 앞으로 살펴볼 모든 이유들 때문에 그 승리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시장과 네트워크는 독자적으로 존립할 수 없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시장과 네트워크는 사회적 신뢰감과 공감대가 형성된 강력한 사회 공동체가 먼저 존재하고 나서 부수적으로 나타나는 파생물이다.

…(중략)…

문화를 소생시켜야 하는 까닭은 그것이 문화를 생산하는 데 원료가 되기 때문이어서만도 아니고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사회적 신뢰와 공감을 문화가 만들어내기 때문만도 아니다. 문화는 다른 이유를 모두 접어두고서라도 그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소생되어야 한다. 인간의 가치를 낳는 유일한 원천이 문화이기 때문이다. 문화가 소생하면 시장도 분명히 득을 보겠지만 문화가 단순히 시장의 원료로 사용되는 것을 방치해서는 곤란하다. 그것은 문화에서 흘러나와서 인간성을 창조하는, 인간과 인간이 공유하는 의미를 평가 절하하는 것이고, 개인적 오락과 치유의 형식으로 체험을 상품화하는 초라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편으로 문화를 격하시키는 발상이다.

[제러미 리프킨, ‘소유의 종말’]

(마) 문화가 문제가 된다고 하자. 문화가 위협받는가? 도대체 무엇에 의해서, 그리고 누구에 의해서 문화가 위협받고 있는가? 미국 영화가 너무 강해서 세계 문화의 다양성을 무력화시키는가? 이를 막으려면 미국 영화를 안 보면 될 것이다. 만일 미국 영화가 그토록 인기가 있다면, 그것은 그것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거나 세계적인 몇몇 신화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위협받고 있는 것은 지구의 문화의 다양성이 아니다. 오히려 세계화는 이미 수차례, 티베트 문화처럼 세계화가 없었더라면 망각 속으로 사라져 버릴 뻔한 민족들의 문화에 새로운 활력을 부여해 왔다. 예컨대 폴리네시아 민족들은 너무나 산재해 있어서 사라져 버렸을 뻔한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를 인터넷상에서 되찾고 있지 않은가. 세계화로 위협받는 것은 무엇보다 지식인들의 위상, 특히 프랑스 지식인들의 위상이 아닐까? 이 프랑스의 지식인들은 언젠가는 자신들이 진리와 선에 대해서 말해야 되고 (그들이 아주 오래전에 그랬던 것처럼) 무엇인가를 밝혀주어야 한다고 스스로 믿고 있다. 세계화된 세계에서는, 미미하기 그지없지만 그들이 기여한 바에 합당한 그들 몫의 자리만 차지하게 될 뿐이다. 우리는 그들이 현 세계를 불평하고 증오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단지 그들만 이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기 소르망, ‘진보와 그의 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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