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동서남북/제주도, 껄끄러운 일에만 “주민 뜻대로”

  • 입력 2006년 12월 21일 06시 42분


제주도가 지역 현안인 해군기지 건립 여부를 최종 결정할 주체를 여론조사로 결정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제주도 이종만 해양수산본부장은 20일 브리핑에서 “해군기지 건립을 최종 결정하는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며 “도지사뿐만 아니라 도의회, 도민 또는 해당지역 주민이 최종 결정주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지사가 다양한 여론을 수렴한 뒤 최종 결정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여겼던 도민들은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찬반 어느 쪽이든 도지사가 자신의 최종 결정에 따른 부담을 피하기 위해 결정권을 떠넘기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해군기지는 2014년까지 8000억 원을 들여 40만 m²의 터에 함정 20여 척을 계류하는 항만시설과 건물 등이 들어서는 사업.

이 해군기지는 국방부가 추진하는 정부사업이다. 그러나 과거 군사정권시절과 달리 제주도의 동의 없이는 건립이 불가능하다. 그 중심에 도지사가 있다.

해군기지 문제는 2002년부터 표면화됐다. 논의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면서 제주도가 검토할 시간은 충분했다.

‘제주 해군기지영향조사연구팀’의 결과보고서가 11월 말 나왔으며 내년 1월 도민 토론회가 개최된다.

해군기지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보이지 않았던 국방부는 19일 제주도에 공문을 보내 해군기지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해군기지 건립을 놓고 국가주권수호와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필요하다는 측과 ‘평화의 섬’에 해군기지 건설은 부당하다고 반대하는 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도지사가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지도력이 필요한 것이고 투표를 통해 도지사를 뽑았다. 훌륭한 리더는 충분한 의견 수렴 뒤 결단이 필요한 시점에 자신의 결정권을 떠넘기거나 미루지 않는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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