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만에 머리띠를 풀고 지하철 노사 같이 뛰었다

  • 입력 2006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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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차 영차”정연수 서울지하철 노조위원장(앞줄 왼쪽)과 서울메트로(옛 서울지하철공사) 강경호 사장(앞줄 오른쪽)이 27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노사화합 대축제 한마당 체육대회’에서 줄다리기의 한 팀이 돼 힘을 모아 줄을 당기고 있다. 김미옥  기자
“영차 영차”
정연수 서울지하철 노조위원장(앞줄 왼쪽)과 서울메트로(옛 서울지하철공사) 강경호 사장(앞줄 오른쪽)이 27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노사화합 대축제 한마당 체육대회’에서 줄다리기의 한 팀이 돼 힘을 모아 줄을 당기고 있다. 김미옥 기자
노와 사가 함께 어깨를 부둥켜안고 2인3각을 하기까지 19년이 필요했다.

27일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는 사측인 서울메트로(옛 서울지하철공사·지하철1∼4호선 운영) 직원들과 노측인 서울지하철 노조원, 가족 등 4300여 명이 모였다.

예전 같으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와 경영 적자를 이유로 이를 거부하는 사측이 팽팽히 맞설 교섭기. 더구나 서울지하철노조가 소속된 민주노총은 11월 15일 총파업을 선언한 터였다.

그러나 1987년 출범 이래 한국 노동계의 대표적인 ‘강성 노조’로 꼽혀 온 서울지하철노조는 총파업 불참을 선언했다. 사측과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는 대신 파란 가을 하늘 아래서 함께 달렸다. 시민의 발을 묶는 파업을 하지 말자고 결의한 뒤 ‘노사화합 대축제 한마당 체육대회’를 연 것. 노사가 힘을 모으지 않으면 누적 적자 2조2775억 원인 서울메트로를 살릴 방도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회사에서 서울메트로 강경호 사장은 “서로를 신뢰하는 노사관계를 만들어 시민에게 인정받는 조직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연수 노조위원장은 “사용자를 적으로 규정하고 소비자인 시민을 등지는 노동운동은 더는 발전할 수 없다”며 “조합원이 스스로 주인정신을 발휘해 공기업 경영을 개선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오후 5시까지 계속된 행사는 축구, 족구, 800m계주, 2인3각경기, 대줄넘기, 마라톤 등으로 이어졌다. 강 사장과 정 위원장은 함께 줄을 뛰어넘었다. 줄다리기를 할 때는 한 팀이 돼 힘을 모았다.

이어진 800m계주. 강 사장은 A조, 정 노조위원장은 B조 선수로 뛰었다. 8명이 이어달린 이 경기의 승자는 B조. 승리한 정 위원장이 강 사장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자 강 사장은 정 위원장을 뜨겁게 안았다. 노와 사가 서로에 대한 믿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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