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학교서 원어민 영어과외 받아요”

  • 입력 2006년 10월 27일 0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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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everyone(여러분 안녕하세요).”

“Good afternoon, teacher(선생님 안녕하세요).”

“What did you do last weekend(지난 주말에 어떻게 지냈어요)?”

24일 오후 4시 반 충남 아산시 도고면 도고중학교 3학년 1반 교실. ‘영어 도우미’ 캐빈 타빈(22) 씨가 교실로 들어서자 영어 대화가 시작됐다. 벌써 몇 달이 지나서인지 학생들도 영어로 인사하고 상황을 설명하는 데 제법 익숙해진 느낌이다.

캐빈 씨는 미국 하와이 퍼시픽대를 다니다 지난해 6월 순천향대(아산)에 교환학생으로 유학 와 ‘아시아학’을 공부하고 있다.

순천향대와 충남도교육청이 ‘대학생 교육 도우미 제도’란 실험적 시도에 합의한 6월부터 매주 화 목요일 방과 후 도고중의 희망자 9명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같은 대학 법학과 서창민 씨는 보조교사로 문법 등을 설명하다 막히는 부분을 한국어로 해설해 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도고면은 아산 시내와 떨어져 있어 학원 수강이 여의치 않다. 설령 학원이 주변에 있더라도 가정형편상 다니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캐빈 씨는 지난해 2학기와 올해 1학기에도 도고면의 해비타트 화합의 마을에서 초등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서먹서먹해 하던 학생들이 밝은 표정으로 영어로 말을 걸어올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덕분에 학생들에게 필요한 사람이 됐다는 사실도 감사하고요.”

이런 보람은 캐빈 씨를 더욱 바쁘게 만든다. 그는 더욱 충실한 수업이 되도록 하기 위해 교재 연구로 주말 밤을 밝힌다.

3학년 조재형(15) 군은 “도심 학교에서도 원어민에게 배우기가 어렵다는데 외국인 대학생 형이 재미있고 친절하게 영어를 가르쳐줘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말했다.

순천향대 이춘세 국제교유교류본부장은 “대학생 도우미제는 통상적인 영어캠프와 달리 찾아가는 교육 서비스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더욱 많은 학생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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