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장수군 장수읍에 사는 박모(43) 씨는 7일 추석을 앞두고 벌초를 하기 위해 장수읍 야산에 있는 25년 전 숨진 부친의 묘소에 갔다가 묘가 파헤쳐진 채 시신이 없어진 것을 발견,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목격자 등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여 2일 오전 임모(50·전주시) 씨가 이 묘를 옮긴 사실을 밝혀냈다.
조부 묘를 이장하려던 임 씨는 조부 묘와 30m가량 떨어진 박 씨 부친의 묘를 조부 묘로 착각하고 유골을 파내 바로 옆에서 기름을 부어 화장한 뒤 장수군 산내면 선산으로 옮겼다.
임 씨는 경찰 조사에서 "'묘 자리가 좋지 않아 집안에 우환이 계속되니 할아버지 시신을 화장한 뒤 이장하라'는 무속인의 말을 듣고 이장하게 됐다"며 "피해자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임 씨는 지난해 할아버지 묘 벌초를 하지 않아 풀이 우거져 이웃 묘와 착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0년 가까운 경찰 생활에 이 같은 일은 처음 경험했다"며 "화장터가 아닌 곳에서 화장을 한 임 씨에 대해 장례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지만 사체 훼손 등의 혐의는 고의성이 없어 처벌할지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장수=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