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나라 휩쓴 ‘바다이야기’ 정치의 문화 지배 부작용”

  • 입력 2006년 9월 1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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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사진) 전 문화부 장관이 ‘바다이야기’ 논란에 정부가 휩싸인 것에 대해 “문화와 정치가 경제를 움직여야 하는데 거꾸로 정치와 경제가 문화를 지배하면서 일어난 부작용”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장관은 ‘광화문문화포럼’(회장 남시욱)이 13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한국일보사 12층 송현클럽에서 마련한 ‘문화의 시대와 문화 정책’ 강연회에서 “문화는 사람을 읽는 것”이라며 “문화가 정치와 경제를 주도해야 사회문제를 꿰뚫고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문화에 개입하면 어용 문화가 생기고 경제 논리만 따지면 산업화된 문화만 늘어난다”며 “문화 산업화가 심해지면 국가의 행정 권력이 이권에 개입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0년대 초반 문화부 장관으로 재직할 때 “‘바다이야기’처럼 상업적인 콘텐츠를 제안해야 정부예산을 받을 수 있었다”며 “문화에 대한 인식과 사고를 부분 수리가 아니라 전체적인 방향부터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문화의 시대’를 강조하는 사례로 9·11테러를 들면서 “단순히 건물을 부숴 피해를 준 게 아니라 미국 사회의 취약성을 문화적으로 드러내고자 한 의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넷과 동영상의 발달로 세계가 미국 정치와 경제를 상징하는 국방부 청사(펜타곤)와 세계무역센터(WTC)가 부서지는 장면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문화적 측면을 염두에 둔 테러”라고 덧붙였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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