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당신이 계시기에…”

  • 입력 2006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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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대전 목원대에서 후기졸업식을 마친 딸 유경화 씨(오른쪽)와 오화순 씨가 기념촬영을 했다. 경화 씨는 “졸업의 영광을 어머니에게 돌리고 싶다”고 했다. 사진 제공 목원대
18일 오전 대전 목원대에서 후기졸업식을 마친 딸 유경화 씨(오른쪽)와 오화순 씨가 기념촬영을 했다. 경화 씨는 “졸업의 영광을 어머니에게 돌리고 싶다”고 했다. 사진 제공 목원대
18일 열린 대전 목원대 후기 졸업식에서는 한 지체장애 학생과 그의 어머니가 나란히 상을 받았다.

4.5점 만점에 4.1점의 학점을 얻은 미술학부 동양화 전공 유경화(23·지체장애 2급) 씨는 성적우수상을, 유 씨를 4년 동안 업거나 휠체어에 태워 등하교시킨 어머니 오화순(50) 씨는 ‘자랑스러운 어머니상’을 받았다.

유 씨는 두 살 때 양 무릎의 관절이 좋지 않아 수술을 받았다가 오히려 악화되는 바람에 장애를 얻었다. 목발에 의지해도 조금만 멀면 혼자서 갈 수 없는 정도.

오 씨는 딸이 휴학한 대학 1년을 제외하고 7세 때부터 지금까지 15년간 딸의 등하교를 도왔다.

재활학교 초등 과정 6년 동안은 통학 거리가 멀어 딸을 업고 시내버스를 두 번씩 갈아타야만 했다.

대학 때는 더욱 힘들었다. 나이가 들면서 체력은 떨어지는데 과목별 이동이 많아 등교부터 하교 때까지 쉴 틈이 없었다.

학교에 엘리베이터가 없거나 건물 한쪽에만 설치돼 있어 딸을 업고 계단으로 올라가야 할 때도 허다했다.

다리가 불편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림에 취미를 붙였다는 유 씨는 졸업장을 받아들면서 자신을 도와준 은인들을 떠올렸다.

학원에 다니지 못하는 자신을 위해 토요일마다 집에 와서 동양화를 가르쳐 주던 중학교 때 미술 선생님, 자신을 위해 처음으로 학교에 좌변기를 설치해 준 고교 시절 교장 선생님, 무엇보다도 그동안 그림자처럼 보살펴 준 어머니….

“어머니는 교정 한쪽에서 혼자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곤 했어요. 세월이 가면서 저를 업고 계단을 오르는 어머니의 팔이 자주 풀어지는 것을 느낄 때면 정말 죄스러운 마음이….”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워 한 해를 휴학했지만 다시 공부에 매진한 것도 대학에 합격했을 때 어린아이처럼 좋아한 어머니 때문이었다.

딸이 대학원에 진학해 앞으로 2년 동안 같은 생활을 더 해야 하는 오 씨는 “경화가 자기 꿈대로 산수화 명인이 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교수가 돼 자신처럼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을 돕고 싶다는 유 씨는 졸업을 앞두고 어머니 휴대전화에 자신의 마음을 담은 노래를 통화연결음으로 선물했다.

‘난 행복합니다. 그대를 만난 건. 이 세상이 나에게 준 선물인 거죠….’(쿨의 ‘사랑합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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