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매매 싸이트 개설자 적발

  • 입력 2006년 7월 26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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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형 29세 남자, 신체건강 조건부 기증 원합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장기이식 정보공유 카페에는 이런 내용의 글이 수십여 건 올라있다. '조건부 기증'이란 돈을 받고 장기를 팔고 싶다는 뜻.

서모(46) 씨와 우모(40) 씨가 이 카페를 개설한 것은 2004년 10월. 카페 대문에는 "(장기매매를) 연결만 할 뿐 어떤 이익도 요구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내걸었지만 회원수 2300여 명으로 급증하자 이들은 본격적으로 장기매매 알선에 나섰다.

이들은 먼저 본인 확인절차가 허술한 병원을 물색했다. 장기를 팔려는 사람을 이식해야 할 사람의 친인척이라고 속이면 대기자 순번과 상관없이 우선적으로 시술이 이뤄지기 때문.

서울 중구에 있는 모 대학병원이 이들의 안테나에 걸렸다. 다른 병원의 경우 지문대조 작업까지 하지만 이 병원에선 장기 제공자를 상대로 간단한 인터뷰만 했다. 장기 이식자의 주소, 생년월일, 촌수 등을 사전에 익혀두면 병원 인터뷰는 쉽게 통과됐다.

이들이 장기매매를 알선하고 챙긴 돈은 1억9700여만 원. 이 중 절반은 장기 제공자의 몫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6일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 씨를 구속하고 우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장기를 판 박모(30) 씨 등 3명과 장기 이식을 받은 권모(60) 씨 등 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본인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대학병원에 대해서는 중구보건소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이설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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