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를 내두르게 한 김영남 씨의 ‘놀라운 능력’

  • 입력 2006년 6월 30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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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은 김영남(45) 씨와 그 가족들의 상봉기간 최대한 편의를 제공하며 초특급 대우로 일관했다.

김 씨의 북측 가족은 상봉 둘째 날인 29일 개별상봉장인 해금강호텔까지 별도 차량을 이용해 이동했다. 다른 북측 상봉자들은 버스를 타고 왔지만 김 씨 가족은 번호판 '평양 73-319'의 현대 카운티 미니버스를 이용했다.

이날 오전 9시 50분경 해금강호텔 1층 로비 엘리베이터 앞에는 북측 상봉자들이 남측 가족이 묵고 있는 방으로 올라가기 위해 줄을 섰지만 김 씨 가족은 도착하자마 자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탔다.

김 씨 가족에 대한 북측의 각별한 배려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개별상봉 뒤 공동오찬 때는 전날 단체상봉 때처럼 김 씨 가족이 별도의 방에서 점심을 먹도록 했다. 김 씨는 오찬에서 어머니 최계월 씨를 위해 팔순 잔칫상을 준비하기도 했다.

북측 당국자들은 김 씨 가족과 남측 취재진의 접촉 기회를 철저하게 제한했다.

28일 첫날 단체상봉 때 김 씨 가족이 만나는 별도 방에 남측 취재진을 6명으로 제한했고 다음날 오후 기자회견에서도 남측 취재진 중 7명만 입장하도록 허용한다는 방침을 전해오기도 했다.

김 씨와 어머니 최 씨의 모자상봉 모습도 사전에 약속된 시간에 한해 공개됐다.

김 씨 가족 주변에는 북측 당국자로 보이는 전담 안내원 4,5명이 늘 따라 붙었다.

김 씨는 28일 첫 날 상봉행사 때 건장하고 훤칠한 외모로 남측 당국자와 취재진을 다소 놀라게 한 데 이어 둘째 날에는 어머니 최 씨에게 줄 휠체어를 하루만에 마련해오는 수완을 발휘했다.

김 씨는 첫날 만찬상봉 때 최 씨가 타고 있던 휠체어가 대한적십자사 공용이라는 사실을 알고 누나 영자 씨에게 "엄마에게 새 휠체어를 하나 선물하고 싶다"고 즉석에서 제안했다.

김 씨는 어디서 어떻게 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하룻밤 사이 약속한 새 휠체어를 마련해 갖고 개별상봉장에 나타났다.

김 씨가 하루 만에 최 씨의 팔순 생신상과 새 휠체어를 마련한 것은 북측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북측에서 김 씨의 탄탄한 지위를 짐작하게 한다. 더구나 이날 어머니 최 씨의 팔순 선물로 90년 된 북한산 산삼, 고려청자 기법으로 제작한 식기세트를 준비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상봉 마지막 날인 30일 작별상봉에서도 김 씨의 '놀라운 능력'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했다.

김 씨가 29일 공동중식 때 어머니를 위해 마련한 팔순잔치 관련 사진으로 가득 채워진 사진첩을 들고 나온 것이다. 김 씨는 "우리 측 관계자들이 나를 위해 준비했다"고 자랑했다.

북측은 김 씨 모자상봉이 포함된 4회차 상봉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평양에서 여느 상봉행사 때 보다 40여명이나 많은 행사요원을 파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일련의 일들이 이례적으로 발 빠르게 처리되는 것을 본 우리 측 당국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또 상봉행사가 열린 금강산호텔 주변에는 김 씨 모자상봉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평양 번호판을 단 벤츠 승용차 7,8대가 항시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북측 당국은 물론 남측 취재진의 관심이 김 씨 모자의 상봉에 집중되자 다른 남측 상봉자들 사이에 "김 씨 가족만 이산가족이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디지털뉴스팀·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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