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 머리 위에 패션가발 꽃이 피었습니다

  • 입력 2006년 6월 10일 03시 00분


젊은이들 사이에 패션 가발 열풍이 불고 있다. 이들은 올해 월드컵을 앞두고 각양각색의 가발을 쓰고 길거리 응원에 나설 것이다. 패션 가발 열풍에 불을 댕겼던 2002년 월드컵 때 태극무늬 가발을 쓰고 응원하는 젊은이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젊은이들 사이에 패션 가발 열풍이 불고 있다. 이들은 올해 월드컵을 앞두고 각양각색의 가발을 쓰고 길거리 응원에 나설 것이다. 패션 가발 열풍에 불을 댕겼던 2002년 월드컵 때 태극무늬 가발을 쓰고 응원하는 젊은이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남자친구를 만날 때는 그가 좋아하는 긴 웨이브 가발을 쓰고, 청순하게 보이고 싶을 때는 긴 생머리 가발을 써요.”

서울 D여고 2학년생 오모(18) 양의 가방에는 패션 가발 5개가 들어 있다. 오 양은 부분 머리 가발 3개, 긴 웨이브 가발, 긴 생머리 가발을 넣고 다니다 방과 후 기분에 맞춰 가발을 골라 쓴다.

오 양은 “반 친구들 가운데 절반이 가발을 1개 이상 가지고 있다”며 “두발 제한 때문에 내 마음대로 머리 스타일을 꾸밀 수 없어 가발을 즐겨 이용한다”고 말했다.

10대들 사이에 패션 가발 열풍이 불고 있다. 예전에는 대머리나 항암 치료 환자들이 주로 가발을 이용했지만 요즘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패션 가발이 개성을 표출하는 액세서리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전국의 패션 가발 업체는 100여 개로 1200여 종류의 패션 가발을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10대들이 많이 찾는 한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는 “하루 200여 개의 가발이 팔리고 있으며 한 달 매출액은 5000만 원”이라며 “방학 때는 매출이 크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한 가발 업체 관계자는 “10대 여학생 고객의 구매액이 전체 매출액의 70% 정도”라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연예인들의 머리 스타일과 비슷한 가발을 쓰기도 한다.

여자들은 뒷머리만 길게 늘어뜨리는 보아나 이효리 스타일, 긴 웨이브의 현영 스타일 가발을 많이 찾는다. 남자들에겐 ‘SS501’, 이준기, 김종국 스타일의 가발이 인기다. 이들은 가발을 쓰고 사진을 찍는 등 가발 착용에 익숙하다.

패션 가발은 2000년 이후 퍼지기 시작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사용자가 크게 늘었다. 이후 젊은이들은 각종 스포츠 경기나 행사, 파티에서 가발을 즐겨 사용한다. 가발 업체들은 월드컵 특수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응원용 가발을 파는 온라인 업체 ‘로데오 헤어’ 유원철(37) 사장은 “6월은 날씨가 더워 비수기인데도 5월 출시한 월드컵 응원용 가발이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고 말했다.

월드컵 가발은 위에서 보면 태극기 모양이 새겨진 가발, 무지갯빛 가발, 붉은악마의 뿔이 달린 빨간색 가발, 태극무늬를 넣은 부분 가발, 축구공 무늬의 가발 등 각양각색이다. 가발에 익숙지 않은 세대는 커플용이나 단체용으로 가발을 사기도 한다.

K리그 등 축구 경기가 있을 때마다 태극무늬 가발을 쓰고 경기장에서 응원한다는 송병석(37) 씨는 “한국축구대표팀의 경기가 있는 날 태극무늬 가발을 쓰고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응원 나갈 예정”이라며 “응원하는 시민들이 내가 쓴 가발을 보며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 쌓였던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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