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약 궁지 몰린 로플린 KAIST총장

  • 입력 2006년 3월 2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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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원(KAIST) 로버트 로플린(55·사진) 총장이 학교 이사회의 연임 여부 결정을 앞두고 학내에서 거센 반대에 부닥치고 있다.

KAIST 교수협의회(회장 윤춘섭·물리학과)는 23일 교내 ‘석학의 집’(대전)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고 △리더십과 비전 부재 △자의적이고 방만한 업무 수행 △한국과 KAIST 및 교수에 대한 폄훼와 불신을 연임 반대 이유로 내세웠다.

학부와 대학원 총학생회는 27일까지 연임 찬반투표를 실시한 뒤 그 결과를 이사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사회는 2년 계약으로 2004년 7월 14일 취임한 로플린 총장의 연임 여부를 28일 결정한다.

교수협의회는 로플린 총장이 1년 6개월간 103일의 공식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단 1건의 국제교류 협약도 추진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교수협의회가 16일 시작한 총장 계약 연장 반대 연대서명에는 407명의 교수 가운데 325명(79%)이 참여했다. KAIST 교수들이 연대서명 운동을 벌이기는 이번이 처음.

21, 22일에는 윤현수 학술정보처장 등 처장 2명과 학과장 3명이 보직사퇴서를 제출했다. 학과장 14명도 연임이 결정될 경우 보직을 사퇴하겠다며 연대서명을 마쳤다.

총동문회는 “로플린 총장의 계약 연장에 신중을 기해 달라”는 의견서를 21일 ‘총장 업적 검토 소위원회’에 제출했다.

로플린 총장은 23일 교수 전원에게 e메일을 보내 “이사회의 요청에 따라 입장은 표명하지 않겠지만 긍정적인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과학기술부는 총장 업적 검토 소위원회가 로플린 총장의 공과에 대한 객관적인 보고서를 작성 중인 만큼 이사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과기부 박항식(朴恒植) 과학기술기반국장은 “교수협의회가 로플린 총장의 과실만을 일방적으로 부각시키는 것 같다”며 “정부로부터 대형 프로젝트를 유치하는 등 KAIST 발전에 기여한 부분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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