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외국인 노동자 ‘국경없는 설날 잔치’

  • 입력 2006년 1월 31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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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인 29일 ‘안산 외국인 노동자의 집’ 주최로 경기 안산시 원곡동 ‘국경 없는 마을’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설날 잔치가 열렸다. 앞줄 왼쪽이 2004년 한 소규모 공장에서 일하다 노말헥산에 중독돼 치료 중인 태국인 여성 근로자 로차나 씨. 안산=김동주 기자
설날인 29일 ‘안산 외국인 노동자의 집’ 주최로 경기 안산시 원곡동 ‘국경 없는 마을’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설날 잔치가 열렸다. 앞줄 왼쪽이 2004년 한 소규모 공장에서 일하다 노말헥산에 중독돼 치료 중인 태국인 여성 근로자 로차나 씨. 안산=김동주 기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9일 낮 12시 반 경기 안산시 원곡동 경로식당. ‘안산 외국인 노동자의 집’이 마련한 ‘국경 없는 마을 설날 잔치’가 열렸다. 이날 잔치에는 원곡동에 사는 외국인 노동자 30여 명과 코시안(외국인 노동자와 한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 어린이 20여 명이 참여해 동네 주민들과 세배를 하며 덕담을 나눴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설날 잔치는 1994년부터 매년 열렸지만 동네 어른들이 함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잔치에서 단연 눈길을 끈 사람은 분홍색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태국인 로차나(30·여) 씨. 1년여 전 안산의 한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에서 일하다가 맹독 물질인 노말헥산에 중독돼 다발성 신경장애(일명 앉은뱅이병)를 앓았던 그는 혼자 힘으로 거뜬히 세배를 했다. 그는 “3월이면 치료가 끝나 태국으로 돌아간다”며 “한국 사람들이 모두 나를 예뻐해서 집에 가기 싫다”고 애교 섞인 투정을 부렸다.

베트남인 꾸이(39·여) 씨는 정확한 발음으로 ‘칠갑산’을 불러 동네 주민들에게서 박수를 받았다. 꾸이 씨는 6년 전 베트남에서 식당을 하던 한국인 남편이 심장병으로 사망한 뒤 혼자 외아들 손한풍(9) 군을 키우다 손 군이 “아버지의 나라인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해서 3주 전 한국을 찾았다고 했다. 세배가 끝나고 차려진 설상에는 중국식 만두인 ‘춘권’, 스리랑카식 만두인 ‘커트라스’, 베트남식 만두인 ‘차요’ 등 각국의 대표 음식이 선보였다. ‘국경 없는’ 설상 앞에서 이들은 이웃사촌이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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