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달군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결승

  • 입력 2006년 1월 2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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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2005 후기리그 결승전이 열린 대구실내체육관. 통신업체와 전자업체 맞수끼리 맞붙은 이번 결승전은 마지막 7경기까지 가는 바람에 보는 이의 손에 더욱 땀을 쥐게 했다. 사진 제공 파이터 포럼
21일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2005 후기리그 결승전이 열린 대구실내체육관. 통신업체와 전자업체 맞수끼리 맞붙은 이번 결승전은 마지막 7경기까지 가는 바람에 보는 이의 손에 더욱 땀을 쥐게 했다. 사진 제공 파이터 포럼
21일 오후 6시경 대구실내체육관은 관람객 5500여 명의 환호성과 열기로 가득 찼다. 이날 낮 12시부터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관람객들이 경기장 밖에 길게 줄지어 서서 입장 시간을 기다렸다. 이들은 체육관의 문이 열리자마자 앞 다퉈 입장했다.

공이 날아다니거나 선수끼리 엉켜 싸우는 경기를 보러 온 것이 아니다. 커다란 스크린으로 중계되는 온라인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최대 프로리그인 ‘SKY 프로리그 2005 후기리그’ 결승전이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17주 동안 11개 팀이 치열한 리그와 플레이오프를 치러 SK텔레콤과 삼성전자가 결승전에 올랐다. 팬들은 흰색 막대풍선(SK텔레콤 응원)과 파란색 막대풍선(삼성전자 응원)을 흔들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SK텔레콤은 전기리그에 이어 2연패를 노리는 전통 강호. 처음 프로리그 결승전에 오른 삼성전자는 스타급 선수 없이 조직력으로 결승에 오른 파란의 주역.

화려한 개막 행사가 끝나고 경기가 시작되자 관객들은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해졌다.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결승전은 7전 4선승제. 빠른 승부를 좋아하는 젊은 팬들을 위해 이종격투기 K-1처럼 하루에 결승을 끝낸다. 또 당일까지 출전 선수를 공개하지 않아 팬들의 궁금증을 더한다. 접전 끝에 SK텔레콤이 4 대 3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1998년 4월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는 10, 20대에겐 ‘e스포츠’(Electronic Game+Sports)의 주역이다. 한국은 이 용어를 만들어 세계에 퍼뜨렸고 세계 최초로 프로게이머 제도를 만들었다.

350만 장의 판매를 기록한 스타크래프트는 ‘보는 게임’으로도 성공을 거뒀다. 매년 70여만 명이 경기장을 찾고 있으며 결승전 게임전문 방송 시청률은 평균 8%다. 13∼25세 남성 시청률은 30%에 달한다.

직장인 유원진(25) 씨는 “50대 이상이 바둑을 즐기고 30대 이상이 당구를 즐기듯 지금 20대는 평생 스타크래프트를 즐길 것 같다”고 말했다.

스타크래프트가 8년간 계속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인프라와 게임 케이블방송의 발전이라는 외적 요인과 집단적 놀이문화와 뛰어난 ‘손끝기술’이란 내적 요인을 꼽았다.

스타크래프트 경기 전용준 캐스터는 “스타크래프트가 출시될 때 PC방 창업 열풍으로 게이머 층이 두꺼워졌고 게임 판매량이 줄어들자 게임방송이 등장해 보는 게임으로 재빨리 전환한 것이 성공 원인”이라며 “이 게임은 승부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기질과 잘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엄재경 게임 전문 해설자는 “한국인은 바둑, 고스톱 등 머리를 쓰는 게임을 좋아해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 인기가 많다”며 “빠르면 5분 이내로 끝나는 경기 스피드도 스타크래프트의 인기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 큰 기업들이 프로팀을 도입한다면 스타크래프트는 오랫동안 프로스포츠로 사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그래! e스포츠야▼

‘스타크래프트’를 기반으로 탄생한 ‘e스포츠’는 별도 산업 분야다.

삼성전자, SK텔레콤, 팬택앤큐리텔, KTF 등 잘 알려진 전자통신업체는 게임 프로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e스포츠팀은 규모가 작아 소규모 투자로 큰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 있다.

SK텔레콤은 2004년 20억 원을 투자해 150억 원 규모의 마케팅 효과를 얻었다고 밝혔고 KTF는 5년간 45억 원을 투자해 468억 원 규모의 마케팅 효과를 봤다고 자체 분석했다.

지방자치단체의 관심도 뜨겁다. 스타크래프트의 주요 프로 경기는 주로 지방에서 열린다.

이번 경기가 열린 대구시는 국제게임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올해 ‘e스포츠 페스티벌’ ‘게임 상시대전’ ‘대구 게임아카데미 운영’ 등 게임산업에 106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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