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언론중재법 위헌 소지”

  • 입력 2006년 1월 21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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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과정에서 언론사의 고의나 과실 또는 위법성이 없더라도 무조건 정정보도를 청구하도록 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의 조항은 위헌소지가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문제의 조항들은 법 제정 당시부터 언론자유에 대한 침해 논란을 일으켜 왔다. 이들 조항에 대해 법원이 위헌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내림에 따라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이 언론중재법과 신문법의 상당수 조항에 대해 낸 헌법소원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언론전담 재판부인 민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선흠·金鮮欽)는 19일 국가정보원이 조선일보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 사건에서 국정원의 청구 근거가 된 언론중재법 제14조 2항과 제31조의 뒷부분, 제26조 6항의 앞부분에 대해 “위헌이라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최종적으로 가려 달라는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이 법 제14조 2항 등은 (진실에 부합하지 않은 것으로 인정된 보도에 대해) 언론사는 고의 과실이나 위법성이 없더라도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문제의 조항들은 언론기관이 사실 확인을 위해 상당히 주의를 기울였는데도 그 보도가 소송 대상이 돼 소송절차에서 사실과 다르다고 인정된 경우 보도내용이 공적 관심사인지 사적인 것인지를 가리지 않고 정정보도를 강제하고 있다”며 “이는 언론기관에 과도한 사실 조사 의무를 부담시켜 의혹제기 차원의 언론보도를 심각하게 위축시킨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보도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은 국민의 알권리에 대한 제한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지난해 7월 26일 조선일보가 1면에 보도한 ‘국가정보원이 소위 안기부 미림팀의 도청테이프를 성문분석해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했다’는 기사에 대해 문제의 법 조항을 근거로 정정보도 신청을 내 재판이 진행돼 왔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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