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연쇄살인 악몽이…한 동네서 5개월새 부녀자 2명 피살

  • 입력 2005년 12월 21일 03시 02분


코멘트
19일 오후 4시경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연립주택 옆 주차장.

주차장 입구에 쳐진 폴리스라인이 찢긴 채 주위에는 우유팩 페트병 등이 나뒹굴고 있었다. 골목길 곳곳에 ‘이 돗자리를 버리는 사람을 본 분을 찾습니다’라고 적힌 전단이 붙어 있었다. 한 여학생은 “주차장 앞을 지나기가 무섭다”면서 옆 골목으로 돌아갔다.

지난달 21일 이모(42·여) 씨가 돗자리에 싸여 숨진 채 이곳에서 발견됐다. 이 씨 집에서 불과 500m 떨어진 곳이다. 이 씨는 발견 전날 퇴근길에 누군가에게 납치돼 살해됐다.

6월에는 이곳에서 3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권모(25·여) 씨가 쌀자루에 담겨 숨진 채 발견됐다.

요즘 이 동네는 밤만 되면 인적이 끊긴다. 주민들은 지난해 서울 시민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서남부 연쇄살인사건’의 재판으로 생각하고 있다.

주민들은 두 명의 피해자가 모두 여자이며 성폭행당한 흔적이 없고 목이 졸려 숨졌다는 점에서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또 시체를 돗자리나 쌀자루에 싸서 쉽게 발견될 수 있는 곳에 놓았다는 점도 닮았다.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두 사건이 우리 마을에서 있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집을 구하려는 사람이 거의 없어졌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경찰이 애꿎은 사람을 괴롭힌다고 하소연했다.

이모(49·여) 씨는 “각기 다른 경찰관이 몇 번씩이나 찾아와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당시 행적을 묻고 있다”며 “경찰이 동네만 들쑤시니 주민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강력계 6개 반 가운데 5개 반을 지난달 발생한 살인사건에 투입했고 1개 반을 6월 사건에 투입했다. 형사들은 휴가도 반납한 채 시간마다 순찰을 돌고 밤에도 탐문수사를 계속하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이 두 사건이 연쇄살인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의 연령이 20대와 40대로 다르고 40대 여성은 20대 여성과 달리 폭행을 당한 흔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경찰 관계자는 “주민들이 불안해할까 봐 말을 아끼고 있지만 동일범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증거가 없고 범죄 원인도 밝혀지지 않아 애먹고 있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