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청사, 장애인 초청행사서 “시설불편” 지적에 머쓱

입력 2005-11-14 03:00수정 2009-09-30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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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정책실장(오른쪽)이 9일 대법원에서 대법원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법정으로 이동하는 리프트를 타 보고 있다. 그는 “리프트는 잦은 추락 사고로 지하철 역사에서도 모두 없앴다. 대법원도 엘리베이터로 교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주훈 기자
“엘리베이터 층수를 표시한 버튼 위의 점자(點字)들이 어떤 건 거꾸로 돼 있고 어떤 건 아예 무슨 점자인지 모르겠습니다.”

“시각장애인들에겐 승강기 내 층수 버튼도 건드리기만 하면 켜지는 ‘터치식’보다 꾹 눌러야 켜지는 ‘누름식’이 좋습니다. 터치식은 더듬거리다 보면 모든 층을 다 누르게 됩니다.”

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동관 엘리베이터 안, 한국 시각장애인연합회 최동익 사무총장의 지적이다.

대법원은 이날 최 씨를 비롯해 지체장애인 4명과 청각장애인 1명, 장애인 단체 관계자 등 10명을 초청해 대법원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이 행사는 지난달 24일자 본보 ‘법 사람 세상’면 기사 ‘시각장애인이 마음의 눈으로 본 법정’에 대한 대법원의 공식 조치로 마련된 것이었다.

대법원은 장애인 관련 시설을 미리 손본다거나 새 시설을 마련하지 않았다. 장애인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법원을 느끼게 하고 지적된 문제점들을 모두 귀담아듣겠다는 것.

그러나 생각보다 문제가 많아 법원 관계자들을 머쓱하게 하는 일이 이어졌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李文熙·지체장애) 정책실장은 휠체어에 탄 채로 대법정으로 향하는 리프트를 타 봤다. 그는 “이제 이런 리프트는 지하철 역사에서도 볼 수 없다.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추락사고가 잦아서 모두 엘리베이터로 바꾸는 추센데…”라고 말했다.

장애인편의시설촉진연대 배융호(裵隆昊) 정책실장은 화려한 대리석이 깔린 대법원 건물 바닥 일부에 카펫(융단)을 깔아달라고 말했다.

“대리석 바닥은 미끄러워서 목발을 짚는 장애인들에겐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비 오는 날 물방울이라도 떨어져 있으면 열에 아홉은 넘어져 다칩니다.”

이날 대법원 안에서 가장 많은 불편을 호소한 사람은 한국농아인협회 신동진(申東振) 이사. 그는 함께 온 수화 통역자를 통해 “수화통역을 해 줄 사람이 전혀 없다. 청각장애인들은 문장력도 약해서 특히 민원 신청 등을 할 때 숙련되고 믿을 만한 수화 통역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문제점이 예상보다 많았지만 법원 전체의 ‘장애인 접근성과 이동성’ 개선을 위해 한 가지도 가볍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편의시설뿐 아니라 재판 절차도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들의 시각을 반영해 고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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