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나눠주고 간도 떼어주고…경북 상주 예일교회 이태조 목사

  • 입력 2005년 11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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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을 반드시 지키고 싶었습니다.”

11일 낮 12시 서울아산병원에서 자신의 간을 떼어 주는 수술을 마치고 병상에 누워 있던 경북 상주시 예일교회 이태조(李太助·44·사진) 목사는 “2년 전 마음의 짐을 벗었다”며 홀가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목사는 2003년 10월 말기 암 환자에게 간을 이식하기 위해 수술대에 올랐지만 의료진은 수술 불가 판정을 내렸다. 마른 체격인 이 목사는 수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일부러 살을 찌웠다가 지방간 수치가 지나치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 목사는 “이유야 어찌됐든 그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너무 미안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날 이후 이 목사는 자책감에 늘 가슴 한쪽이 무거웠다. 특히 수술을 하려 했던 10월이 다가오면 눈물을 글썽이던 환자가 떠올라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올여름 이 목사는 식이요법을 하고 아침저녁으로 운동을 했다. 가족은 그가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 줄만 알았다.

이 목사는 9월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에 간 이식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2년 전 수술을 하려 했던 10월에 AB형 50대 간경화 환자를 만나 새 생명을 찾아 줄 수 있었다.

1993년 신장도 떼어 줬던 이 목사는 “제 이름이 ‘클 태’에 ‘도울 조’입니다. 하나님의 뜻에 따라 많은 사람을 돕는 게 제 숙명인가 봐요”라며 빙긋 웃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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