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증 1장에 설렁탕 2그릇…식당주인 박태운씨

  • 입력 2005년 10월 27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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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렁탕으로 5년 동안 헌혈증서 1만 장을 모아 백혈병 환자를 도운 큰집설렁탕 박태운 씨가 26일 경기 의정부시 식당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의정부=김미옥 기자
설렁탕으로 5년 동안 헌혈증서 1만 장을 모아 백혈병 환자를 도운 큰집설렁탕 박태운 씨가 26일 경기 의정부시 식당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의정부=김미옥 기자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2동 ‘큰집설렁탕’ 박태운(朴泰運·48) 씨는 손님이 돈 대신 헌혈증 1장을 내면 설렁탕 두 그릇을 내준다.

5년간 이런 방법으로 1만 장이 넘는 헌혈증을 모아 39명의 백혈병 및 암 환자를 지원했다.

26일 오후 이 식당에서 그동안 헌혈증을 보탠 친지와 친구, 주민 등 150여 명이 모여 1만 장 돌파를 자축하는 행사를 가졌다.

박 씨는 2000년 5월 개업 직후 백혈병을 앓는 김모(당시 6세) 양의 사연을 듣고 도울 방안을 고민하다 설렁탕으로 헌혈증을 모으겠다고 결심했다.

한 달이 안 돼 50장을 모아 김 양에게 전달했다. 워낙 상태가 좋지 않던 김 양은 2년여 동안 박 씨가 모은 1600여 장의 헌혈증을 지원받아 지금은 학교에 다닐 정도로 건강을 되찾았다.

처음에는 영업전략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지만 5년이 넘도록 계속하자 밥값을 내고 따로 헌혈증이나 성금을 내는 손님이 늘어났다.

박 씨가 지금까지 모은 헌혈증서는 1만414장. 그 중 1만80장을 지원해 현재 334장이 남아 있다.

1만 장을 넘겼는데도 그는 “이제 시작이다”며 앞으로도 생명을 살리는 일에 힘을 보태겠다고 한다.

박 씨는 지금까지 도와준 환자 39명 중 단 한 명도 직접 만난 적이 없다. 환자 부모나 가족이 찾아와도 직접 만난 경우는 거의 없다.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일부 나누었을 뿐인데 쑥스럽게 인사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의정부=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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