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총장 취임서 사표까지]외풍 막고 내부개혁 동분서주

  • 입력 2005년 10월 15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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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어렵다. 소화도 잘되지 않는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12일 낮 기자와 만나 검찰총장으로서의 고단한 생활을 숨기지 않았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기 6시간 전이었다.

김 총장은 “취임 직후부터 얼마나 난관이 많았나. 험난한 여정을 걸어 왔다”고도 했다.

김 총장은 “5일 태어난 외손녀 얼굴도 못 봤다”며 사위가 보내 준 휴대전화 영상사진을 바라봤다.

▽김 총장은 누구=김 총장은 4월 4일 제34대 검찰총장 취임식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은 더욱 확고히 뿌리가 내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6개월여의 재임 기간 내내 검찰을 견제하려는 외풍을 막고 안으로는 개혁의 진통을 앓고 있는 조직을 추스르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김 총장은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형사소송법 개정 문제 등 검찰이 맞닥뜨린 거센 시련에서도 ‘검찰이 지킬 것은 지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총장은 취임 후 ‘불구속 수사 확대’를 천명하는 등 새로운 검찰상 확립을 위해 노력했지만 국가보안법 사건이란 뜻밖의 복병을 만나 결국 6개월 단명 총장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졌다.

▽긴박했던 이틀=김 총장은 국정감사가 마무리된 12일 오전 강정구 교수에 대한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법무부에 알렸다.

오후 3시 30분 김 총장은 천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는 40분간 이뤄졌다. 하지만 불구속 수사 의견을 고수하는 장관과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오후 6시 30분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이 발동되자 김 총장은 대검 수뇌부와 긴급회의를 갖고 오후 6시 50분 법무연수원에서 예정돼 있던 전국 특별수사부 검사 격려 만찬 참석을 취소하고 귀가했다.

김 총장은 13일 출근길에 “오늘 수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12일 밤부터 수용 여부와 관계없이 용퇴하겠다는 결론을 내려 놓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점심 무렵 입장이 바뀌었다. 대검 검사장(부장)급 고위 간부들이 수차례 회의에서 “이런 일로 총장이 사퇴한다면 조직이 뭐가 되겠느냐”란 의견을 개진했기 때문이다.

오후 5시 10분 김 총장은 강찬우(姜燦佑) 홍보담당관을 통해 “입장 표명을 유보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김 총장은 전임 검찰총장들에게 전화를 걸어 “지혜를 달라”며 조언을 구했다.

하룻밤을 더 고민 속에 보낸 김 총장은 14일 출근해 사무실에서 두문불출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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