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목소리 내겠다!…‘실버파워’ 거세진다

  • 입력 2005년 10월 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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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실버 파워(silver power)’가 강해지는 추세다.

복지정책의 수혜 대상이라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스스로 권리를 찾으려는 ‘노권(老權) 신장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적극적인 권리 요구=강원 평창군 평창읍 노인회는 최근 ‘작은 시위’를 벌였다.

20년 전에 지은 평창읍 하리에 위치한 130평 규모의 노인회관이 너무 낡아 현대식 건강복지타운으로 리모델링해 줄 것을 요구했다. 서명운동을 시작하려 하자 평창군은 내년도 신축 예정인 군 문화복지센터에 노인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울산 북구 농소3동 속심마을 노인들은 최근 “경로시설이 도심에만 치중돼 있다”며 별도의 경로당 건축을 시에 건의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전남도는 노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불우노인 무료 급식비 지원액을 올해 하반기부터 한 끼에 1520원에서 2000원으로 인상했다.

대전시는 6일 ‘노인복지 수범도시 대전 2010’ 계획을 선포했다. 내년부터 2010년까지 총 3154억 원을 투입해 노인교통수당 확대 지급, 노인 케어(care) 매니저 확보, 전천후 게이트볼장 건립, 실버예술단 운영 등 13개 과제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전국 조직도 활발=노인이 급증하고 요구도 다양해지면서 노인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이나 단체가 늘고 있다.

울산에서는 올해 6월 65세 이상 경비원으로 구성된 경비노조가 출범했다. 경기 고양시에서는 ‘노인에 의한 노인을 위한 노인신문’인 ‘실버타임즈’가 5년째 발행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대한노인회 이외에 21세기 실버포럼, 노년유권자연맹, 노인의 전화, 한국은퇴자협회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인터넷 신문 ‘실버넷뉴스’(silvernews.or.kr)는 교육문화, 복지, 사회, 건강생활 등 5개 부에 50여 명의 노인 기자단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노인을 위한 복지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안전한 도로 횡단을 위한 ‘실버존’ 도입, 취업박람회 정례화 추진 등 생활 주변의 권익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한국노인복지학회는 이달 말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에서 노인 2000여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고 ‘1분 자유발언대’를 통해 노인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렴할 예정이다.

학회 회장인 임춘식(林春植·56) 한남대 교수는 “노인 권익 운동을 이끄는 노인 비정부기구(NGO) 간의 연대 활동을 강화하고 재원을 확보하면 노인 인구가 한국 사회의 가장 강력한 파워 집단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춘천=최창순 기자 cs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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