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인천고 2년연속 야구 우승… 그뒤엔 동문들 있었다

  • 입력 2005년 4월 20일 19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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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야구는 인천고야.” 인천고등학교(인천 남구 주안4동) 동문들은 요즘 서로 덕담과 축하인사를 주고 받느라 정신이 없다. 17일 서울 동대문야구장에서 막을 내린 ‘한국야구 100주년 기념 최우수 고교대회’ 결승전에서 인천고가 강호 부산고를 꺾고 정상에 오르자 동문들은 마치 자기 집안의 경사처럼 기뻐하는 분위기다. 일제시대부터 전국대회에서 통산 20여 차례나 우승해 인천야구의 터줏대감으로 통했던 인천고는 1989년 동아일보사 주최 황금사자기 야구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것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인천고가 다시 야구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 제38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우승하면서부터. 지난해에 이어 올 최우수 고교대회에서 연거푸 우승컵을 차지한 것은 이 학교 출신인 양후승 감독(43)과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하나가 되어 흘린 값진 땀방울 덕분이다.

그리고 이들이 높이 치켜 든 우승컵의 영광에는 1933년 결성된 총동창회의 남다른 야구사랑도 듬뿍 녹아 있다.

인천고 야구부 감독과 코치들은 선수의 부모들에게 절대 손을 벌리지 않는다.

총동창회에 소속된 야구후원회(회장 최병목·53)가 1990년부터 이들에게 월급을 주고 있으며 선수들이 사용하는 글러브와 방망이, 공 등 야구용품과 전지훈련 경비 등 각종 운영비도 지원한다. 동문회는 매년 1억 원이 훨씬 넘는 돈을 야구부에 지원해 왔다.

응원도 열성적이다. 총동창회는 인천고가 출전하는 모든 경기에 전세버스를 빌려 타고 가 단체 응원을 한다. 17일 결승전에는 3500명이 넘는 동문이 야구장을 찾아 상대팀인 부산고의 응원을 압도했다. 경기장을 찾지 못하는 동문들을 위해서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점수가 날 때 마다 경기실황을 ‘생중계’한다.

이번 대회에서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투수 김용태(18·3학년) 군은 “동문 선배들이 야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두 차례나 우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동창회는 또 모교에 우수한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인천지역 유소년 선수들을 육성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1957년부터 ‘인천고 총동창회장기 쟁탈 초·중학교 야구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 대회에는 초등학교 8팀, 중학교 5팀 등 인천지역 모든 초등·중학교 야구부가 참가해 실력을 겨룬다.

안길원(60) 총동창회장은 “모교와 인천의 명예를 드높인 야구부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21일 시민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우승 기념 환영대회를 준비하고 있다”며 “올해 열리는 나머지 대회도 우승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895년 고종의 교육칙령에 따라 한성외국어학교 인천지교로 출발해 올 6월 개교 110주년을 맞는 인천고는 지금까지 졸업생 3만2000여 명을 배출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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