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된 法…‘변태영업’ 키웠다

  • 입력 2005년 3월 21일 16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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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집창촌 업소 상당수가 문을 닫거나 업종을 전환했다. 왼쪽 사진은 21일 서울 용산역 앞 집창촌. 오른쪽 사진은 성매매 여성과의 접촉을 알선해 주는 인터넷 사이트. 3만 원 안팎의 가입비를 내면 사이트에 올라있는 여성들에게 100여 건의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지난해 9월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집창촌 업소 상당수가 문을 닫거나 업종을 전환했다. 왼쪽 사진은 21일 서울 용산역 앞 집창촌. 오른쪽 사진은 성매매 여성과의 접촉을 알선해 주는 인터넷 사이트. 3만 원 안팎의 가입비를 내면 사이트에 올라있는 여성들에게 100여 건의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19일 오전 1시 서울 종로 종각역 일대에서는 '2차가 보장된 노래방이 있다'며 10여명의 종업원들이 경쟁적으로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횟수 상관없이 하룻밤 8만원'을 외치는 한 종업원을 따라가자 승용차에 태웠다. 이 종업원은 '강북 1호점'으로 연락했으나 방이 없다는 응답이 오자 '강남 2호점'으로 안내하겠다고 했다.

이들이 안내하는 곳은 약 6개월전부터 서울 시내에서 퍼지기 시작한 이른바 '섹스방'.

노래방 같은 공간에서 룸싸롱과 같은 영업행위를 하는 곳으로 성 구매 남성이 노래방에서 10명 안팎의 성매매여성을 만나 파트너를 고른 후 인근의 여관 등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

이 곳에서 만난 성매매 여성 A 씨는 "함께 일하는 여성 20여명 중 7~8명이 집창촌 출신"이라며 "주말에는 20명 여개의 방이 가득 찰만큼 20~30대 남성들로 넘쳐난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서울 종로의 한 PC방. 술에 약간 취한 남성들이 얼굴과 신체조건 등을 골라서 성매매 여성을 선택할 수 있는 일명 '인터넷 집창촌'을 뒤적거린다.

가입비 3만원 안팎을 내고 이들 사이트에 가입하면, 남성들은 최대 100여회의 문자메시지를 성매매 여성들에게 보낼 수 있다.

문자를 받은 여성들과 조건이 맞으면 1대1로 따로 만나는 것이다. 화대는 통상 10만~20만원이라고 한다.

올 1월부터 인터넷을 통해 성매매활동을 해 왔다는 B 씨의 말을 들어보자.

"카드 빚 2500만원 때문에 유흥가에서 일하게 됐다. 집창촌에서 7개월 정도 일하면서 매달 300(만원)씩 벌다가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그만뒀다. 그런데 이제 돈벌이는 집창촌 때와 비슷한데 자유시간이 많고 단속에 걸리지도 않아 더 좋다."

경찰이 지난해 9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이같은 인터넷 사이트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성매매는 계속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특별법 시행이후 성매매 종사자 대부분이 경찰단속을 피할 수 있는 음성적인 방법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이 업계를 떠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앞서 예를 든 인터넷 집창촌과 섹스방이 대표적인 경우.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집창촌과 유흥업소 성매매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여성을 고용해 유사 성매매 행위를 업소가 지방까지 퍼졌다.

대전 동구 용전동 동부시외버스터미널 주변의 경우 집창촌을 방불케 하는 노래방들이 성업 중이다. 노래방이나 일부 카페 등이 기존 '집창촌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변태 영업을 하는 것.

이들 노래방에서는 도우미들이 방에 들어와 나체로 술시중을 들며 취기가 돌면 옷장이나 화장실 등에서 성관계도 갖기도 한다.

경찰은 2월 중순 이 같은 영업의 원조격인 H노래방을 단속했으나 근절은 쉽지 않다.

또 주변 중리동 등 아파트 단지 주변의 카페 등도 특별법 시행 이후 퇴폐적으로 변했다. 손님 1명당 10만원 정도씩 내면 셔터를 내린 뒤 나체쇼는 기본이고 손님들이 원할 경우 2차도 갈 수 있는 카페가 40~50개 성업 중이다.

이들 업소를 찾는 손님들은 "집창촌을 찾을 때처럼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불안해 할 필요가 없어 좋다"라고 말했다.

인천 연수구 및 남동구 일대 카페와 바 등에서는 여종업원과 손님 간 현장에서 즉석 성매매 행위가 만연되고 있다.

인천 계양구 먹자골목 주변 유흥업소 밀집지역에서는 일명 '00바 룸살롱'이 유행하고 있다.

100만원 이내 비용에서 룸에 들어 온 모든 여종업원이 전라로 손님들의 술시중을 든 뒤 술자리가 끝나갈 무렵 각각의 파트너에게 소파에서 은밀한 서비스를 해준다는 것.

이밖에 룸살롱 화장실을 개조한 뒤 샤워기를 설치해 이 곳에서 성매매행위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대구의 경우 남성휴게실, 피부숍 등의 간판을 내걸고 밀실에서 은밀하게 성매매 영업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곳에서는 20대 초반의 여성이 속옷 차림으로 들어와 안마를 해준 후 유사 성매매를 하고 있으며, 하루 수백 명의 남성들이 찾고 있다.

또 이들 업소는 집창촌이나 유흥업소와는 달리 오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영업하고 있다.

▽집창촌은 울상=반면 집창촌 업주들과 종업원들은 울상이다. 성매매 피해여성 보호를 목적으로 제정된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경찰이 포주와 성매매여성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집창촌 단속에 집중했기 때문.

서울 청량리의 이른바 '588'의 한 업주는 "지난해 12월부터 다시 영업을 시작했지만 경찰은 다른 퇴폐업소는 내버려두면서 우리 쪽(집창촌)만 자꾸 단속한다"면서 "요즘은 월 150만원인 건물 임대료도 제대로 내기 어려울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이런 사정은 지방도 다르지 않다.

대구 중구 도원동 속칭 '자갈마당'은 취객들과 밀고 당기며 호객하고 흥정하던 모습을 좀처럼 보기가 힘들다. 심야에 아예 불을 꺼놓은 업소도 많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전에는 성매매여성이 300여명에 달했으나 지금은 절반으로 감소한 150여명에 불과하다.

15 년여동안 이곳에서 영업을 해온 업주 김모(53·여) 씨는 "성매매 특별법 시행이후 '자갈마당'은 유흥업소 아가씨 들이 다른 일자리를 찾기 위해 잠시 쉬었다 가는 장소로 바뀌었다"며 "자갈마당에서 일하던 여성들 상당수가 주택가 술집이나 노래방 등에서 1대1로 고객들을 찾아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인천의 대표적 집창촌 가운데 하나인 남구 학익동 414번지 이른바 '끽동'은 도로개설사업에 따라 1월부터 철거에 들어간 상태.

이 집창촌은 지난해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업주와 기초단체간 합의를 통해 철거를 결정했다.

특별법 시행이전에 58개업소, 110명이 영업을 했지만 지금은 28개업소, 40명으로 급감했다.

3월까지 철거를 마무리될 예정이지만 성매매 여성의 생존권보장 요구, 업주에 대한 보상 문제 등으로 올해 안에 철거가 이뤄질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인천의 또 다른 대표적 집창촌인 남구 숭의동 '옐로하우스'는 지난해 11월 여성부가 부산 의 완월동과 함께 '성매매여성 자활 시범지역'으로 선정하고 집중 단속 및 계도활동을 벌이고 있으나 현재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별법 시행 이전 33개업소(110명)가 영업했으나 현재도 33개업소(93명)가 합동단속을 할 때나 가끔 문을 닫을 뿐 평시에는 영업을 계속 하고 있다.

경찰청은 성매매특별법 이전인 지난해 9월 초 전국의 집창촌 업소가 1679개, 종사자가 5567명이었지만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난 3월 현재 업소는 1071개, 종사자는 2736명으로 각각 36.2%, 50.9% 감소했다고 밝혔다.

▽성병확산우려=집창촌 종사자들이 변종 성행위로 몰려가면서 성병관리 등 각종 질병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 에이즈 결핵관리 담당관은 "정기적으로 보건소에서 성병 진찰을 받는 성병 매개우려자가 2002년 5300여명, 2003년 5500여명에서 지난해 2600여명으로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집창촌 부근의 보건소로 확인한 결과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정기검진을 받는 여성은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었다. 서울 강동구 보건소 관계자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전에는 48개소 150여명 정도 있었는데, 올 2월 검진 때는 27명만 받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경찰이 검진 받을 때까지 단속하고 있으니 검진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면서 "성매매는 이뤄지고 있는데 검진은 위축되니 성병이 더 번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서울 동대문구 보건소 관계자도 "성매매 특별법 시행 전에는 40~50명 정도가 검진을 받았었지만 현재는 10명 정도 여성들은 검진을 받는다"면서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그냥 검진을 받는 것까지 제외하면 아마 집장촌 여성은 6~7명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엇갈리는 평가=경찰청 관계자는 "성매매특별법으로 성구매 남성 등을 처벌하자 기업 등에서 접대수단으로 공공연하게 성매매를 일삼던 풍경이 사라졌다"면서 "성매매특별법 특별단속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조영숙(曺永淑) 사무총장은 "여성에 대한 성적폭력과 착취가 가혹하게 이뤄졌고, 성산업이 과도하게 팽창된 것 등을 고칠 수 있는 법적근거가 마련됐다"면서 "경찰이 지속적인 단속을 해야 성범죄를 근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덕여대 김경애 (金慶愛·여성학) 교수도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인해 성매매가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 성매매 문화를 바꾸는 첫 계기를 마련하는 데는 성공했다"면서 "앞으로 성매매 피해여성 재활센터에 대한 지원 확대와 성 구매 남성에 대한 교육 강화 등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집창촌 업주 및 여성들의 모임인 '한터'의 강현준 위원장은 "외국에서 일하는 아가씨들도 많은데 이들의 경우 여권 뺏기고 감금당하는 일도 있다는 얘기가 있어 아가씨들의 상황도 전보다 더 열악해졌다"고 비판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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