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더 많은 ‘정세영 교사’ 보고 싶다

  • 입력 2005년 3월 10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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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서클 ‘일진회’가 교내 폭력뿐 아니라 공개 성행위까지 벌이고 있다는 정세영 교사의 폭로는 충격적이다. 그런데 초중고교생들은 이런 사실에 경악하는 기성세대가 더 놀라운 모양이다. 교내에서는 일진회의 존재가 공공연한 비밀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7년간 일진회를 추적했다는 정세영 교사가 ‘학교폭력 예방 실무자 워크숍’에 나와 심각성을 고발할 때까지 다른 교사들은 무얼 하고 있었을까. 학생지도에 진땀 흘린 교사도 있었겠지만 상당수는 학교 위신이 떨어진다거나 승진에 지장이 된다거나, 개인적 업무부담 때문에 이를 방치한 것은 아니었던가.

더 많은 ‘정세영 교사’가 나와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교사 개개인의 힘으로 성인폭력조직 뺨치는 일진회를 없애기는 힘들지 모른다. 학교장 주도 아래 전체 교사가 나서서 학부모 및 지역사회와 힘을 합친다 해도 아직 청소년인 이들에 대한 선도가 불가능할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원노동조합 등 교원단체는 교사의 성적 조작 비리에 관해 사과하고 신뢰 회복에 나서겠다는 공동 성명서를 냈다. 그러나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전교조가 ‘(폭력 신고기간 운영은) 교육주체들을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관(官) 주도의 일방적인 상명하달 전시행정’이라고 비판한 게 전부다.

이제야말로 ‘교육주체’들이 나설 때다. 학교폭력은 학교의 무력감과 패배감 속에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다. 뒤늦게나마 교육인적자원부도 경찰청,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진상조사를 벌인 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교사와 교육행정당국은 이번 기회에 학교폭력을 뿌리 뽑는다는 각오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학과공부도 사교육 시장에 내맡긴 판에 폭력 때문에 자녀 학교 보내기가 ‘공포’에 가깝다면 그런 학교가 존재할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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