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 저가공세 속 프로농법 전수 ‘작물전문대학’ 인기

  • 입력 2005년 3월 10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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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농법은 흙을 되살리는 게 우선입니다. 흙 속에 있는 각종 미생물을 살려내 농약에 수십 년간 중독된 땅의 성질을 바꿔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고추 품질이 좋아질 수 없어요.”

9일 오후 충북 괴산군 괴산읍 괴산청결고추 박물관 4층 ‘괴산고추대학’의 환경농업학 강의 시간. 강사로 나선 흙살림연구소 박동윤 과장의 설명에 학생들은 열심히 메모를 하며 집중했다.

강의실 분위기는 여느 대학원 수업보다도 진지했다. 다만 일반 대학 강의실과는 달리 학생은 대부분 40∼60대의 나이 지긋한 중년들. 괴산에서 고추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들로 대부분 수십 년 농사 경험을 통해 저마다의 고추재배 노하우를 갖고 있는 ‘전문가’지만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진지하게 수업에 임했다.

이 고추대학은 괴산군이 이 지역 특산물인 ‘청결고추’를 세계 명품으로 만들겠다며 고추재배 전문가를 키워내기 위해 만든 ‘작물전문대학’.

강의 기간과 내용을 실제 고추 모종을 심을 때부터 수확할 때까지로 맞춰 놓아 항상 그날 배운 내용을 바로 실습할 수 있다. 주2회 고추재배와 관련해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서 최신 재배기술 등을 이해하기 쉽게 전해 준다.

28년째 고추농사를 짓고 있는 전광업(全光業·50) 씨는 “그동안 경험에만 의존해 온 농사법에서 벗어나 고추대학에서 배운 전문영농지식을 활용해 값싼 외국산 고추와는 비교도 안 될 최고 품질의 국산 고추를 생산해 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진정한 실력’으로 경쟁의 파고를 헤쳐가려는 노력은 충북 옥천군에서도 한창이다. 지난해 전국 처음으로 작물대학을 개설한 옥천군은 올해도 1년 과정의 ‘포도대학’을 이달 말 개설한다.

매주 4시간 토양관리, 재배기술, 유통, 가공기술, 친환경농업, 컴퓨터기초, 선진농장 견학, 해외연수 등의 알찬 교육을 통해 ‘포도농사 박사’들을 배출할 예정.

지난해 수강생들에게서 ‘최고 수업’이었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올해는 50명 모집에 88명의 농민이 지원하는 등 치열한 경쟁률을 보였다.

4000평 규모의 포도농사를 짓고 있는 공익용(孔翼龍·52) 씨는 “그동안은 주먹구구식으로 포도농사를 해 왔는데 지난해 1년간의 수업을 통해 눈이 떠졌다”고 말했다.

괴산농업기술센터 허길수(許吉秀) 지도기획담당은 “농법(農法)도 이제는 프로페셔널이 되지 않으면 밀려드는 외국산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며 “각 지자체가 지역 특산물을 명품으로 만들기 위한 전문교육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괴산=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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