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는 전쟁' 공공기관 유치전 치열

  • 입력 2005년 3월 4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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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방자치단체들은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방으로 이전하는 180여개의 공공기관 중 '알짜'를 얼마나 가져오느냐를 놓고 총력전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위, 해당 공기업 노사(勞使), 정치권을 향해 전방위로 뛰고 있다. 공공기관 유치성적은 내년 지방선거의 당락을 가를 주요 변수다. 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미리 제출받는 '성적표'이기 때문이다.

▽유치전 백태=지방자치 단체들은 매출과 직원 규모가 큰 한국 전력공사와 도로공사, 토지공사, 주택공사, 가스공사, 농업기반공사 등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전의 경우 직원수 2만여 명에, 1년 내는 세금만 1000억원대. 유치에 성공하면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는 '대박'이 터지는 셈이다.

이웃 자치단체인 대구시와 경북도는 아예 공동작전을 펴고 있다. 두 시·도는 지난해 11월 '공공기관 유치 전략기획팀'을 구성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대구 경북 공공기관 유치추진위원회'(위원장 이종현 경북대교수)를 만들어 활동 중이다. 이들은 여건이 좋은 공공용지와 이주단지를 조성원가 또는 그 이하로 공급하고 지방세 감면, 아파트 특별 분양 및 배우자 취업알선 등의 '유인책'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전남도는 지역적인 특성을 최대한 살려 농업 및 에너지관련 기관의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준영(朴晙瑩) 전남지사는 2일 상경해 성경륭(成炅隆)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만나 "전남에 농업관련 기관뿐만 아니라 IT(정보통신), BT(생명공학) 분야 기관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당 소속인 박 지사는 또 지난해부터 민주당뿐만 아니라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의원들과도 간담회를 가졌다.

경남도는 한전과 도로공사를 주요 공략목표로 삼고 있다. 한전이 경남에 위치해야 하는 이유로 "수도권을 제외하면 부산·경남권의 전기 수요가 전국 최고이며, 전기를 생산하는 하동화력도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기초단체도 뛴다=한창희(韓昌熙) 충주시장과 충주시 공공기관 유치추진단 홍순오(洪淳五) 기획상담반장 등 10여 명의 충주시청 공무원은 1월 하순 토지공사를 찾아 박광식 노조위원장과 면담했다. 이들은 박 위원장에게 "충주가 중부내륙고속도로 개통으로 서울에서 1시간이면 다다를 수 있을 만큼 접근성이 좋아졌다"며 "동서고속도로까지 개통되면 사통팔달의 교통요지가 된다"고 강조했다. 홍 반장은 일주일 뒤 도로공사 오현수 노조위원장도 만나 같은 내용을 설명했다.

신행정도시 유치로 공공기관 이전대상에서 제외된 충남의 경우 서산과 보령 서천 당진 태안 등 행정도시에서 50㎞ 이상 떨어져 행정도시 이전의 혜택이 거의 없는 기초자치단체들이 '역차별'을 주장하며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일단 광역단체가 공공기관을 유치하면 시·도지사가 어느 기초단체에 공공기관을 보낼 것인지 결정권을 갖는다. 그러나 기초단체장들 간에도 경쟁이 치열해 시·군·구간 '2라운드 유치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 전남지사는 지난해 말 기초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전남이 발전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불필요한 논쟁이나 소지역주의는 자제하자"고 당부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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