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 수의대 학장직 수락에 “연구 위축 우려” 목소리

  • 입력 2005년 2월 14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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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수의과대 학장 선거에 출마한 황우석(黃禹錫·52·수의과대 수의학과) 교수가 14일 학장직을 맡기로 입장을 최종 정리함에 따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수의과대는 이날 오전 39명의 교수 중 32명이 참석한 회의를 열어 학장 선거에 단독으로 출마한 황 교수를 만장일치로 차기 학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학장직에 대한 ‘조건부 수락’ 의사를 밝혔다.

황 교수는 “앞으로 남은 절차인 총장 추천과 17일로 예정된 본부 인사위원회 심의, 그리고 국민 여론이 반대하지 않을 경우 수락하겠다”고 밝혔으나 큰 변수가 없는 한 그의 학장 취임은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황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연구에만 전념하라는 국민적 염원과 수의과대의 위상 정립을 요구하는 목소리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며 “그러나 동료 선후배 교수들의 간곡한 요청을 뿌리칠 수 없어 고심 끝에 학장직을 맡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직교수 활동을 통해 얻게 되는 행정효율성 측면에서 욕심이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지금의 연구팀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해외인력 유치나 연구지원금 확충 등을 하려면 직접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 교수가 학장직을 사실상 수락하면서 그가 앞으로 연구에 전념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선 학장으로서 수행해야 할 최소한의 업무가 만만치 않다. 학장회의가 최소 주 1회 공식적으로 열리며, 단과대별 회의와 세미나 등은 수시로 개최된다.

황 교수가 현재 맡고 있는 석좌교수직을 계속 유지할 경우 ‘특혜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는 지난해 9월 황 교수를 석좌교수로 임명하고 연간 2억 원 정도의 연구지원금과 연간 6학점에 해당하는 시간의 수업 면제, 학기 중 14일로 제한돼 있는 해외여행 제한 유예 등의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학교 측은 또 황 교수가 해외여행할 때 동행하거나 연구활동 등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지원교수’를 3명 배정해 놓고 있다.

대학본부의 한 관계자는 “황 교수를 석좌교수로 임명한 것은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원 혜택이 본래 취지에 어긋나게 활용된다면 석좌교수 임명을 재고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특정 분야에서 훌륭한 업적을 내 유명인사가 될 경우 각종 강연회나 대외행사에 수시로 초청되는 것은 물론 정치권 등에서 관계를 맺으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사회적 풍토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서울대 사회과학대 모 교수는 “황 교수의 인기가 높은 것은 동료 학자로서 반가운 일이지만 연구에 전념하지 못할 정도로 외부에서 손을 뻗치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고 우려했다.

일부에서는 황 교수 자신이 이 같은 유혹을 뿌리치고 연구에만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 황우석 교수, 학장직 맡아야 하나?(POLL)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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