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채용비리 연루자 "훨씬 많다"

  • 입력 2005년 1월 31일 15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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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채용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지검은 31일 금품을 수수한 노조간부 및 대의원이 지금까지 드러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채용 대가로 돈을 받은 노조 지부장 정병연(鄭丙連·45) 씨와 대의원 박모 씨(45) 등 5명을 구속한데 이어 이날 1억여 원을 받은 노조 대의원 1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또 돈을 주고 입사한 생산직 직원에 대한 선처 방침을 밝힌 이후 이날 현재까지 생산직 직원과 돈을 받은 노조간부, 회사 관계자 등 30~40명이 자진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기아차 광주공장 내 일부 계파(현장조직)가 차기 노조 지부장 선거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채용 비리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기아차 노조 선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아차 노조원은 광주공장 5600여명 등 전체 2만7000여명. 직접 투표 방식으로 치러지는 선거에는 각 계파별로 본부 노조 위원장과 수석 부위원장, 사무국장, 5개 지부장(소하리·화성·광주공장, 정비·판매) 후보 등 8명이 러닝메이트로 출마한다.

2년에 한번씩 치러지는 노조 집행부 선거 때는 8명의 출마자와 선거운동원들이 선거운동 기간(15일)에 각 지부를 돌아다니며 선거운동을 펼친다.

후보들은 정책자료집과 선거홍보물을 인쇄해 배포하고 합동 유세와 현장 라인을 방문해 조합원들과 접촉하는 등 선거운동 방식이 국회의원 선거를 방불케 할 정도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선거 때마다 후보들은 적게는 수 천만원에서 많게는 수 억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과 공장 라인 신설이나 신규 인력 투입 등을 협의하는 노조 대의원들을 뽑는 선거도 집행부 선거 못지 않다. 기아차 전체 노조 대의원은 490여 명. 광주공장의 경우 생산공정 당(60~90명)당 1명씩 뽑아 전체 대의원은 90명이다. 1년 마다 조합원들이 선출하지만 연임하는 경우가 많다.

광주공장 노조원은 "노조 집행부를 견제하는 권한이 있는 만큼 지부장을 배출하지 못한 현장조직들이 최대한 많은 대의원을 배출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고 말했다.

한편 기아차 노조는 이날 경기 광명시 소하리공장에서 전체 대의원대회를 갖고 18대 노조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했다. 대회에서 노조측은 이번 채용 비리 파문으로 총 사퇴한 17대 집행부를 이을 18대 노조 집행부를 3월경 선출하기로 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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