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추락한 학교신뢰, 어떻게 살리나

  • 입력 2005년 1월 19일 17시 58분


코멘트
고교 교사가 학생의 시험 답안지를 대신 작성해 성적을 올려 주고, 학교와 서울시교육청은 이를 적발하고도 쉬쉬했다고 한다. 이는 현직 검사 아들의 성적을 담임교사가 부풀려 줬다는 단순한 개인적 잘못으로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교사와 학교, 교육당국이 공모해 전체 학교교육의 도덕성과 신뢰성을 땅에 떨어뜨린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때마침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지역 5개 학교 중 1개 학교에서 과목별로 30% 이상 학생들에게 ‘수’를 주는 등 성적을 부풀렸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일부 대학에서 고교의 내신 성적 신뢰도에 대해 제기해 왔던 의문이 사실로 입증된 셈이다.

교육청은 특별장학지도를 하고 학업성적관리대책위원회 등을 구성해 성적 신뢰도를 높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정도 방안으로 이미 추락한 신뢰도를 살릴 수 있을지 걱정이다. 답안을 대리 작성했다는 인터넷 제보를 받고서도 일주일 넘게 은폐했던 교육청이다. 이제부터는 내신 관리를 철저히 할지 의심스러운 것도 이 때문이다.

공교육이 학생들의 학력을 하향평준화한다는 비판을 받은 지 이미 오래다. 막대한 사교육비를 써 가며 학원과 과외에 실력 배양을 맡기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도, 인성교육만큼은 공교육기관에서 해 주기를 학부모들은 고대하고 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학생들의 모범이 돼야 할 사람이 교사가 아니던가. 교사가 앞장서 거짓과 편법을 가르치고, 학교가 성적이나 부풀려 주며 일정기간 미래세대를 가둬 두는 ‘수용소’처럼 돼 버린다면 우리나라의 앞날은 암담할 수밖에 없다.

교사와 학교는 어린 학생들의 눈길을 두렵게 받아들여야 한다.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무능과 무책임을 성적 부풀리기로 얼버무려서는 안 된다. 교사와 학교가 바로서지 않고 제도나 당국 탓만 하는 한, 공교육은 결코 나아질 수 없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