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마침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지역 5개 학교 중 1개 학교에서 과목별로 30% 이상 학생들에게 ‘수’를 주는 등 성적을 부풀렸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일부 대학에서 고교의 내신 성적 신뢰도에 대해 제기해 왔던 의문이 사실로 입증된 셈이다.
교육청은 특별장학지도를 하고 학업성적관리대책위원회 등을 구성해 성적 신뢰도를 높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정도 방안으로 이미 추락한 신뢰도를 살릴 수 있을지 걱정이다. 답안을 대리 작성했다는 인터넷 제보를 받고서도 일주일 넘게 은폐했던 교육청이다. 이제부터는 내신 관리를 철저히 할지 의심스러운 것도 이 때문이다.
공교육이 학생들의 학력을 하향평준화한다는 비판을 받은 지 이미 오래다. 막대한 사교육비를 써 가며 학원과 과외에 실력 배양을 맡기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도, 인성교육만큼은 공교육기관에서 해 주기를 학부모들은 고대하고 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학생들의 모범이 돼야 할 사람이 교사가 아니던가. 교사가 앞장서 거짓과 편법을 가르치고, 학교가 성적이나 부풀려 주며 일정기간 미래세대를 가둬 두는 ‘수용소’처럼 돼 버린다면 우리나라의 앞날은 암담할 수밖에 없다.
교사와 학교는 어린 학생들의 눈길을 두렵게 받아들여야 한다.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무능과 무책임을 성적 부풀리기로 얼버무려서는 안 된다. 교사와 학교가 바로서지 않고 제도나 당국 탓만 하는 한, 공교육은 결코 나아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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