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도시락'도 고마운 童心

  • 입력 2005년 1월 13일 11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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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에서 부실도시락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13일 군산시 해망동 일대에서 결식 아동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한 주부 자원봉사자가 이날 나눠줄 도시락과 그동안 결식 아동들에게서 받은 감사 편지를 꺼내보이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군산=연합뉴스)
전북 군산에서 부실도시락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13일 군산시 해망동 일대에서 결식 아동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한 주부 자원봉사자가 이날 나눠줄 도시락과 그동안 결식 아동들에게서 받은 감사 편지를 꺼내보이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군산=연합뉴스)
"도시락 아주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건빵 도시락'을 먹은 전북 군산의 결식 어린이들이 빈 도시락을 돌려 주면서 자원봉사자들에게 건네 준 쪽지 글이다.

'부실 도시락'에도 고마워할 줄 아는 결식 어린이들의 해맑은 동심이 어른들을 더욱 부끄럽게 만든다.

문제의 건빵 도시락이 배달됐던 지난해 12월 24일, 부실 도시락을 먹은 10여명의 어린이들은 빈 도시락에 "아주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수고하세요", "안녕하세요. 도시락 잘 먹었습니다. 즐거운 성탄절 보내시고 건강하세요"라고 쓴 쪽지 편지를 남겼다.

이날의 반찬은 김치 참치볶음, 단무지 조각, 건빵 5개, 메추리알 4알이 고작이었다.

한 아동복지시설 관계자의 말대로 '성장기 어린이들의 영양상태에 대한 배려는 전혀 찾아 보기 어렵고 한 끼에 2500원짜리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부실 도시락이었다.

이날 도시락을 배달했던 최모씨(53)는 "자식을 둔 부모로서 차마 반찬으로 건빵이 나온 도시락을 내밀기가 부끄러웠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운한 표정은커녕 고마워하는 어린이의 눈빛을 마주 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말고도 결식 어린들은 종종 도시락을 먹은 뒤 고맙다는 내용의 편지를 남겨 도시락을 배달하는 자원봉사자들의 피로를 풀어 주곤 한다는 것.

한 자원봉사자는 "이번 부실 도시락 파문이 불거진 것도 어린이들의 불만 때문이 아니라 보다 못한 자원봉사단체에서 언론에 제보한 것"이라며 "결식 어린이들은 상처 받기가 쉬운 만큼 어른들이 세심한 부분까지 더욱 신경을 써줘야 한다"고 말했다.

부실 도시락이 전국적인 파문을 일으킨 뒤인 13일 군산 지역 상당수 결식아동들은 도시락에 대해 말을 꺼리면서도 "추운 날씨에 집에까지 도시락을 배달해 주는 분들이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한편 "운영비 500원을 제외하면 군산은 (도시락 품질이) 양호한 것 아니냐"는 발언으로 네티즌들의 거센 항의를 받은 송웅재 군산시장 권한대행(시장은 수뢰혐의로 구속 중)은 13일 시민사과와 함께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송 시장대행은 "시 예산으로 배달 운영비를 지원하고 공무원들을 동원해 도시락을 배달하겠다"며 "도시락 원가를 자세히 따져 지도 감독 책임이 있는 공무원은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군산=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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