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계약 안하면 못나가” 변호사가 재소자 협박

  • 입력 2005년 1월 12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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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출신의 변호사가 선고를 앞둔 재소자에게 접근해 자신을 선임하도록 협박했다는 내용의 편지가 12일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서울변호사협회는 자체 월간지 ‘시민과 변호사’ 1월호에 ‘문제 변호사, 이 사람을 아시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싣고 한 변호사의 비행을 고발했다. 한 여성 재소자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서다.

조그만 회사를 운영하던 A 씨(여)는 지난해 7월 구속 기소돼 5개월여 동안 재판을 받았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선고 기일만 기다리던 A 씨에게 판사 출신의 변호사 B 씨가 구치소로 찾아온 것은 선고를 불과 1주일 앞둔 지난해 12월 초.

A 씨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서 “엄마, 오늘 사기꾼 변호사가 와서 자기하고 계약하면 밖에 나가고 아니면 못 나간다고 (남편한테) 전화한다고 하더라고…”라며 “(담당) 판사가 아주 소심한 앤데…라고 하더라고. 그 사기꾼 변호사 죽여 버리고 싶었어”라고 적었다.

게다가 당초 구속 직후 다른 구치소 재소자의 소개를 받아 B 씨에게 변론을 의뢰했을 때는 정작 “바쁘고 오래 걸리는 사건이라 싫다”며 수임을 거절했다는 것.

A 씨는 “그래도 참고 밤에 와서 막 울었는데 선고일까지는 마음이 불편하겠지”라며 “그날 못 나가면 얼마나 속상할까. 그 변호사가 해코지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겠지”라고 절박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A 씨는 “그 판사 출신 사기꾼 변호사하고 만나지 않은 것보다 못하게 됐다 싶어”라며 “엄마, 나 무섭고 힘들어. 엄마가 우리 판사를 잘 안다는 그 사기꾼 변호사가 해코지하지 않도록 잘 얘기해 줘”라고 적고 있다.

그는 B 씨의 협박성 요구를 끝까지 거절했고 1주일 후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돼 풀려났다. 자신의 도움 없이는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던 B 씨의 협박은 거짓이었던 셈이다.

A 씨는 당시 사연을 편지로 적어 어머니에게 보냈고 이 편지는 ‘시민과 변호사’ 편집위원회에 전달됐다. 편집위원들은 편지 공개 여부를 놓고 논란 끝에 투표를 거쳐 문제 변호사들의 각성을 촉구하기 위해 A 씨의 동의를 얻어 잡지에 게재했다.

잡지에는 A 씨나 B 씨의 실명이나 혐의, 선고일 등 신분을 추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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