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포항은 지금 종교전쟁 중

  • 입력 2004년 12월 13일 20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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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정장식(鄭章植) 경북 포항시장의 특정 종교에 대한 언행으로 촉발된 정 시장과 불교계 간의 갈등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은 채 오히려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포항불교사암주지연합회와 조계종 대구경북 5개 본사, 태고종 및 천태종 대구경북지부 등 10여개 지역 불교단체는 15일 오전 11시 포항종합운동장에서 3만여명의 불교 신자들이 모인 가운데 정 시장을 규탄하는 범불교도 대회를 열 예정이다.

불교 신자들은 이 자리에서 정 시장에게 ‘기관장 홀리클럽’(포항지역 기관장 중 기독교 신자로 구성된 모임) 탈퇴를 요구하고 특정 종교에 편향된 정책에 대해 공식 사과를 요구하기로 했다.

불교계 종교편향대책위원회 사공정규(司空正圭·동국대 포항병원 교수) 사무총장은 13일 “최근 협상에서 정 시장측이 ‘기관장 홀리클럽을 해체하겠다’고 약속한 뒤 이를 번복했다”며 “홀리클럽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그의 말은 기만적인 행태로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정 시장은 기관장 홀리클럽 활동을 중단하는 대신 평신도 홀리클럽에서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정 시장은 10일 ‘시민께 드리는 글’을 통해 “나름대로 순수한 뜻에서 기관장 홀리클럽에서 활동해왔으나 특정 종교의 색채를 띠게 돼 공직자로서 본분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타당하다”며 “종교 문제로 불교계와 시민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 것을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문제가 불거진 계기는 5월 29일부터 6월 2일까지 포항에서 열렸던 ‘성시화(聖市化)운동 세계대회’.

당시 불교계는 5월 한 달을 부처님오신날 봉축기간으로 정하고 이를 알리는 광고탑을 포항시내 4곳에 세웠고, 기독교 단체들은 이 대회를 알리는 광고탑을 불교 봉축탑 옆에 세우면서 감정싸움이 촉발됐다.

이후 정 시장이 성시화 대회 명예준비위원장을 맡고 행사 때 신앙간증을 하자 불교계는 “포항을 ‘기독교도시’로 만들겠다고 신앙간증을 해 선출직 시장으로서 기본자세를 잃었다”며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게다가 포항시가 재정의 일부를 이 개신교 행사에 사용하려 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불교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종교편향대책위측은 “아무리 검토 단계에서 그쳤다고 하더라도 발상 자체가 문제”라며 지적했다.

반면 정 시장은 “검토조차 한 적이 없는 일이 사실인 것처럼 알려져 억울하기 짝이 없다”고 해명했다.

문제가 확산되자 포항시청의 기독교신우회와 불자회 등 3개 종교모임은 공동성명을 내고 “사랑과 용서는 하나님의 가르침이고 이해와 관용은 부처님의 가르침”이라며 “포항시장은 개인적 신앙을 떠나 대승적 차원을 생각하고 불교계는 15일 집회를 자제해달라”고 촉구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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