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울이 낮은마을’외국인노동자 자녀 유치원건립 기금모금

  • 입력 2004년 11월 22일 19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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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를 돕는 봉사단체 ‘울이 낮은 마을’의 서유경 대표가 서울 홍익대 앞에서 유치원 기금 마련을 위해 토스트를 굽고 있다. -사진제공 울이 낮은 마을
외국인 노동자를 돕는 봉사단체 ‘울이 낮은 마을’의 서유경 대표가 서울 홍익대 앞에서 유치원 기금 마련을 위해 토스트를 굽고 있다. -사진제공 울이 낮은 마을
‘울이 낮은 마을’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봉사하는 직장인 및 대학생 봉사단체다.

이들은 이달 중순부터 서울 신촌 일대 대학가에서 아침마다 토스트 등 간단한 아침 식사거리를 파는 ‘사랑을 굽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자녀들을 위한 ‘햇살가득 유치원’을 건립하기 위해서다.

이 단체 서유경 대표(22·씨티은행 증권관리부)는 “‘외국인 노동자의 집’ 등을 방문해 보니 도움의 손길이 주로 성인에게만 미칠 뿐 아이들은 심각하게 방치되고 있었다”며 “미약한 힘이나마 도울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금 모금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동트기 전 일어나 음식재료를 준비해 봉사자들과 함께 거리로 나간다. 찬 바람이 세차게 불고 때로 지칠 때면 그는 ‘조금만 더 부지런하게 살면 여러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되뇌며 자세를 가다듬는다.

그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 재학 시절 경험한 미국에서의 교환학생 생활과 중국 어학연수였다.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소소한 일이라도 현지인들의 도움이 얼마나 고마웠는지요. ‘낯선 곳에서는 사람만큼 큰 힘이 되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이후 귀국한 서 대표는 주변의 외국인들이 살 곳을 구하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발 벗고 나섰고, 올해 초 더욱 조직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회사동료 5명과 함께 봉사단체를 설립했다.

그동안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 거주하는 중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도시락을 하나 더 싸오는 ‘1가구 2도시락 운동’을 펼쳤으며, 추석을 앞두고는 ‘나눔의 장터’를 열기도 했다.

사랑을 실천하는 만큼 그 뜻에 동참하겠다는 회원도 늘어나 현재는 50여명이 ‘울이 낮은 마을’을 이루고 있다.

서 대표는 “교복을 입고 찾아오는 중고교생부터 ‘나 같은 사람도 도울 수 있느냐’는 40대 아저씨의 전화까지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사람들이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다”며 “스스로도 세상이 참 따뜻하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오랜 찻집에 들어가듯 누구나 자연스럽게 봉사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봉사는 일방적으로 자신의 것을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사랑을 가득 채워갈 수 있다는 것을 모든 사람이 경험할 수 있게요.”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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