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知漢字 難就業”… 자격증 응시 100만명 넘어

  • 입력 2004년 9월 21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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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김익환씨(25)는 올해 5월 한자능력검정시험 3급 자격증을 땄다.

김씨는 “한자 자격증 소지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기업이 많아져 이제 한자 자격증은 취업 준비에 필수 요소가 됐다”며 “후배들에게도 미리미리 준비해두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입사시험에서 한자 자격증 소지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대기업이 늘어나고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라 대학생과 유·초등학생 사이에서 한자 열풍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한자 자격증 시험에 응시한 인원도 100만명이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한자 자격증 따자”=현재 한자 시험을 주관하는 단체는 10여개로 이중 한국어문회, 한자교육진흥회, 한국외국어평가원, 대한민국한자교육연구회 등 4개 단체에서 발급하는 자격증은 국가가 공인하고 있다.

한국어문회가 주관하는 한자능력검정시험 응시자는 2001년 40만7753명에서 2002년 76만6831명, 2003년 78만1910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연간 3회 실시하는 시험에서 올해는 2회 시험까지 응시자가 58만2802명에 달할 정도.

한자교육진흥회가 주관하는 시험에 응시한 인원 역시 2002년 5만3285명에서 2003년 13만581명, 2004년 현재 24만8173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이들 두 단체의 시험에 응시한 인원은 91만여명에 이른다.

한자교육진흥회 장형식 이사장은 “단체별 시험 응시자를 모두 합치면 100만명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기업에서 한자 자격을 요구하고 2005학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한문이 선택 과정으로 채택되는 등 현실 여건 변화도 한몫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10여년 전부터 한자 시험을 보던 금호 SK그룹에 이어 최근 삼성 현대 대우 등 대기업 등이 신입사원 선발 시 한자 시험을 도입하고 나서면서 대학생 응시자도 늘어나고 있다.

▽유·초등학생이 주도=유·초등학생은 한자 시험 응시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한자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어문회에 따르면 유·초등학생 응시자는 2001년 22만198명에서 2002년 50만2376명, 2003년 54만4391명, 2004년 37만7177명으로 전체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중앙대 부속초등학교 3학년 심지연양(9)도 최근 한자능력검정시험 7급 시험을 신청했다.

심양의 어머니 김영채씨(35)는 “짧은 글짓기, 낱말 만들기 등을 하며 한자 공부를 하고 있다”며 “모르는 단어의 뜻을 설명해 줄 때 한자로 풀어서 설명해 주면 더 잘 이해하는 것 같아 학습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관련 교재도 잘 팔린다=한자 공부 열풍에 따라 한자 관련 학습지나 책 구입자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대교눈높이 한자의 경우 2000년 18만여명이던 회원수가 2001년 28만명, 2002년 37만명, 2003년 39만명에서 2004년 7월 현재 41만명으로 매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 사원 한재숙씨(30·여)는 “지난해부터 한자 자격증 시험 교재를 구입하는 손님이 많아져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20∼40%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성균관대 이명학(李明學·한문교육과) 교수는 “현재 초등학생 학부모들은 한자 교육을 못 받은 세대지만 사회생활을 하며 한자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게 된 것 같다”며 “우리말의 80% 이상이 한자어로 이뤄져 공부를 위해서도 한자가 필요만 만큼 한자 공부 열기는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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