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 대학은 버리고 ‘한우물’ 대학만 키운다

  • 입력 2004년 9월 17일 18시 29분


‘군살 빼고 튀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학생 자원 감소로 대학들의 학생 모집난이 심해지면서 교육 내용을 특성화하는 등 대학가에 변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교육인적자원부가 2009년까지 대입 모집정원을 9만5000명이나 줄이고 교수 1명당 학생수를 국립 21명, 사립 24명까지 줄이기로 하는 등 구조조정과 교육 여건 확충에 박차를 가하면서 두드러진 모습이다.

▽특성화 바람=대진대는 중국시장에 대한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최근 중국 상하이(上海) 인근의 쑤저우대와 하얼빈사범대에 전용 기숙사(수요 규모 700∼1400명)와 강의실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1, 2학년생을 1000명씩 보내기로 했다.

홍기형 총장은 “중국어와 교양과목, 중국시장에 대한 인턴십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지방대도 위축되지 말고 ‘지방의 세계화’에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양대는 융합기술기반 핵심소재 전문가를 키우기 위해 학과 중심에서 학제간 교육, 경영마인드를 겸비한 교육, 교육과정 자율설계 등 교육 과정을 탄력있게 운영하고 있다. 덕분에 교수 1인당 과학기술논문색인(SCI) 논문이 7.25편이 나올 정도로 연구력이 성장했다.

고려대는 ‘보수 대학’ 이미지 탈피와 국제화를 위해 미국 캐나다 영국 중국 등의 유명 대학에 매년 800명씩의 학생들을 보내는 등 글로벌화에 앞장서고 있다.

인천대와 인하대는 경제자유특구와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살려 물류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데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한국항공대는 국가전략 6대 기술 분야인 항공우주산업을 특성화하기 위해 학교 교육과 기업 현장교육을 연계한 산학협동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교육부 우수대학 선정=교육부는 17일 수도권 72개 대학 중 특성화지원 사업을 신청한 62개대에 대한 심사를 벌여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대진대 인천대 한국항공대 등 27개 대학을 특성화 우수대학으로 선정했다.

교육부는 이들 대학의 사업 내용과 학교 규모 등을 감안, 학생수 1만명 이상인 대규모 대학과 그 이하의 중소규모 대학으로 나눠 27억2000만∼41억5000만원씩을 지원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또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2005학년도 입시부터 모집정원을 서울대 625명, 성균관대 100명, 이화여대 50명 등 12개대에서 909명을 줄이도록 했다.

▽“이젠 나눠먹기 없다”=교육부는 지금까지 대학 재정 지원을 학생수에 따라 대학별로 골고루 나눠주는 ‘일반지원’과 사업특성을 심사해 주는 ‘선별지원’으로 구분해 집행해 왔다.

그러나 올해부터 특성화사업과 실적을 연계해 우수 대학에만 지원하는 ‘선택과 집중’방식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가만히 앉아서 예산을 지원받던 대학들은 자존심을 건 특성화 경쟁을 하고 있다. 특성화사업 심사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교육부장관을 지낸 총장들까지 뛸 정도로 대학간 경쟁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서울의 한 대학총장은 “사업에서 떨어진 대학의 총장들은 학내는 물론 동문회 등에서 시달리는 실정”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교육부 김광조 인적자원총괄국장은 “이제는 학생이 대학을 고르는 시대”라며 “대학들이 과감한 구조조정과 유사 학과 통폐합 등을 통해 특성화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성화사업 대학별 지원액 (가나다순, 단위:만원)
대학사업내용지원액
강남대실버산업 전문인력 양성12억1000
경인교대지역공동체 통한 교사교육 혁신14억5000
고려대글로벌 리더 양성34억3000
국민대유비쿼터스 디자이너 육성27억2000
대진대중국 대학에서 전문인력 교육15억6000
명지대전문 건축인력 양성27억8000
삼육대보건복지 서비스 전문가 양성11억9000
상명대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13억2000
서강대바이오 융합기술 연구15억8000
서울대창조적 지식인 육성 기초교육 혁신41억5000
서울시립대실천중심 도시과학 육성16억9000
성균관대동아시아 전문인력 양성35억8000
성신여대가족건강 복지 전문인력 양성15억4000
세종대유비쿼터스 컴퓨팅 전문인력 양성16억5000
숙명여대리더십 개발 위한 신대학 교육16억1000
아주대IT융합 제조산업 혁신13억8000
연세대차세대 생명공학 경쟁력 강화32억
이화여대생명과학 융합체제 구축36억5000
인천대IT기반 물류통상인력 양성18억4000
인하대글로벌 물류 전문인력 양성29억8000
중앙대국악교육 체제 혁신36억4000
포천중문의대생식계 질환 바이오마커 발굴12억9000
한국산업기술대산학일체형 신공학교육13억5000
한국성서대저소득층 사회복지 전문인력 양성8억9000
한국항공대항공우주 전문인력 양성 14억5000
한양대핵심소재 분야 글로벌 리더 양성38억9000
홍익대메타 디자인 교육체제 구축29억8000
27개 대학총 600억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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