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제발 부여에서 修能보게 해주세요”

  • 입력 2004년 9월 15일 21시 35분


“농촌이라 그나마 학습 여건도 좋지 않은데 시험을 보면서까지 또 몇 점을 까먹어야 한단 말입니까.”

충남 부여지역 고교 3학년 학부모들은 수능 시험일이 다가올수록 불안하다. 시험장이 부여에는 설치되지 않아 공주에서 시험을 보아야 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당일 컨디션을 망칠 수 있기 때문.

이 때문에 이 지역 학부모들은 수년 전부터 수능시험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나 충남교육청에 수능 시험장 설치를 요구해오고 있지만 올해도 실현되지 않았다.

▽농촌 수험생들의 시험 현실=부여지역 수험생들은 입실 시간(오전 8시 10분)에 맞춰 들어가려면 최소한 오전 6시 이전에 일어나야 한다. 외산면 등지의 학생들은 오전 5시 이전에 일어나도 부지런을 떨어야 할 형편.

이 때문에 아침을 거르고 시험에 응하기 일쑤다. 또 긴장 상태에서 1시간가량 버스를 타기 때문에 차멀미 등에 시달린다. 익숙하지 않은 지역에서 시험을 치른다는 심리적 부담감도 크다.

충남의 경우 아산 연기 청양 태안 예산 계룡 지역 학생들이 이 같은 불편을 겪어야 한다. 이 때문에 시험장 결정(9월 말∼10월 초)을 앞두고 평가원에는 부여와 아산, 시흥(경기), 안성(경기) 등 전국 각지에서 시험장 확대를 요구하는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부여고 입시담당 이보등 교사(41)는 “원거리 수험생의 경우 개인차는 있지만 대략 10점 안팎의 손해를 보는 것 같다”며 “1점이 명문대 당락을 가르는 현실을 감안할 때 잘 가르쳐 봐야 뭐하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서로 책임 떠미는 교육기관들=원거리 수험생이 생기는 이유는 시험장을 2∼5개 시군당 1곳씩만 두기 때문.

평가원은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같은 학교 학생이 한 시험장에 4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탄력적으로 적용한다는 입장. 이에 따라 시험장 관리 주체인 시도교육청이 시험장을 확대하겠다고 통보해 오면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도 교육청은 평가원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40% 원칙’이 되도록 지켜져야 하는 데다 시험관리와 보안 문제 등이 있기 때문에 평가원이 시험장 확대를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변 시군과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이유로 올해 시험장이 새로 설치될 금산의 경우 학교가 적어 같은 학교 학생이 80%를 넘을 전망이어서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장면홍 부여고학부모회장(44)은 “교육 당국이 관리상의 이유만으로 농촌 학생과 학부모들의 애타는 민원을 외면하고 있다”며 “올해는 집단행동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시험장 설치를 관철 하겠다”고 말했다.

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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