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장-전교조 교사 ‘교육정책 사령탑’ 경합

  • 입력 2004년 8월 19일 19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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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출신 평교사가 국내 초중등 교육의 책임자가 될 수 있을까?’

최근 교육계에서는 8월 말 정년퇴임하는 교육인적자원부 이수일(李修一) 학교정책실장 후임자로 누가 결정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방형 직위인 학교정책실장 후임을 놓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평교사와 교육행정경력이 풍부한 고교 교장이 경합을 벌이게 됐기 때문. 학교정책실장은 국내 초중등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1급 상당의 요직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공모를 통해 6명의 지원자를 심사해 서울고 윤웅섭(尹雄燮·61) 교장과 면목고 유상덕(劉相德·55) 교사를 중앙인사위원회에 복수 추천했다.

중앙인사위는 19일 두 후보를 놓고 최종 심사를 벌였으며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다음주 초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교육부가 6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면접심사에서는 윤 교장이 1위, 유 교사가 2위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교장은 교육부 장학관,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 등을 역임한 정통 교육전문직 출신.

교육부 관계자는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1순위 후보가 실장으로 결정되는 것이 관례”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계 안팎에서는 전교조 출신 평교사인 유 교사가 교육장 등을 지낸 명망가 4명을 물리치고 2순위 최종 후보로 결정된 데 대해 놀라는 분위기다. 전교조 정책실장과 수석부위원장을 지낸 유 교사는 과거 두 번이나 구속됐을 정도로 ‘투쟁 경력이 화려한’ 인물이기 때문. 그는 사면 복권된 뒤 김대중(金大中) 정부에서 새교육공동체위원회 위원을 지냈고 현 정권에서도 교육혁신위원회 전문위원을 맡고 있다. 유 교사의 경우처럼 최근 들어 전교조 출신의 ‘제도 교육권’ 진입 시도가 활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실시된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도 전교조의 추천을 받은 박명기(朴明基) 후보가 예선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가 결선에서 탈락한 적이 있다. 하지만 교육계 안팎에서는 아직 전교조 출신 인사가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고위직에 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의 한 공무원은 “전교조가 합법화 이후 세력이 커졌지만 강경 투쟁 이미지를 벗지 못하는 한 제도 교육권에 진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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