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번역학회 창립총회 유치 주역 곽성희 숙명여대교수

  • 입력 2004년 8월 12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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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숙명여대에서는 국제번역학회 창립총회와 제1회 학술대회가 열렸다. 27개국 학자 300여명이 국제번역학회 창립 회원으로 참여했다. 국제학술회의의 창립총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이례적인 일. 여기에는 국제번역학회 조직위원장과 총무를 맡은 곽성희(郭聖熙·48·영문학·사진) 교수의 활약이 숨어 있다.

“번역학은 1970년대 유럽통합운동의 바람이 불면서 활성화되기 시작했어요. 유럽연합(EU)이 회의를 할 때 10여개국의 언어로 번역해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이번 학회 창립도 유럽번역학회가 중심에 섰죠. 그렇지만 번역학자들 간에 유럽 중심적 상황을 넘는 국제학회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유럽만큼 많은 언어문화권을 지닌 아시아에서 첫 학술회의를 열자는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왜 한국이냐는 질문에 곽 교수는 “한국은 중국보다 올림픽도 월드컵도 먼저 개최하지 않았느냐”고 웃으며 답했다. 국제번역학회는 곽 교수의 총무 임기(4년에 재임가능) 동안 본부를 서울에 두게 된다.

14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학술회의의 전체 주제는 ‘번역과 정체성의 구성’. 번역학은 단순히 번역을 잘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번역행위가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적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광범위하게 연구한다.

곽 교수는 “최근 번역학은 원문을 경전처럼 받드는 규범적 사고에서 벗어나 원문의 메시지를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제2의 창작’이란 관점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하루빨리 직역이냐 의역이냐를 따지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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