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장석교회 목사-신도 127명 ‘사후 기증’ 서약식

  • 입력 2004년 6월 21일 19시 09분


장석교회 신도들이 20일 교회에서 사후 시신 및 장기 기증을 약속하는 서약서를 작성하고 있다.-정양환기자
장석교회 신도들이 20일 교회에서 사후 시신 및 장기 기증을 약속하는 서약서를 작성하고 있다.-정양환기자
“이웃에 대한 사랑은 바로 자신의 희생에서 시작합니다. 장기기증은 이런 이웃사랑을 바탕으로 생명을 존중하는 믿음에서 비롯되는 것이죠.”

최근 사후 신체 기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서울 노원구 월계동 장석교회 이용남 담임목사(62)와 교회 신도 등 127명이 단체로 사후 시신 및 장기 기증을 약속하는 서약식을 가졌다.

장기기증 운동단체인 ‘한국생명나눔운동본부’(이사장 임석구)에 따르면 이 목사 등은 20일 주일예배를 보면서 서약식을 갖고 △각막 기증(121명) △뇌사시 장기 기증(82명) △해부실습용 시신 기증(83명) △뼈·연골 조직 기증(50명) △골수·신장 기증(38명) 등 모두 474건의 기증을 약속했다. 이들 가운데 72명은 사후에 화장하겠다는 유언을 남기는 서약식도 함께 가졌다.

장석교회는 이웃을 돕고 남에게 베푸는 ‘선한 사마리아인’을 닮자는 의미에서 13년째 매년 6월 셋째 주에 선한 사마리아인 행사를 갖고 있다. 그간 쌀 모으기 운동, 헌혈 운동 등을 벌여오다가 올해 교회창립 50주년을 맞아 더욱 의미 있는 일을 하기로 뜻을 모으고 사후 장기 기증에 눈을 돌리게 된 것.

장석교회 박윤길 부목사(46)는 “사회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는 데 목사와 신도들의 의견이 일치했다”면서 “생각보다 많은 신도가 참여해서 목회자들도 놀랐다”고 말했다. 한국생명나눔운동본부 조정진 사무총장은 “장석교회 신도들이 사후 기증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큰일을 해줬다”면서 “사후 기증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이 빨리 마련돼 국민 모두가 사후 기증에 동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