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 선대위의 ‘대학총장 싹쓸이’

  • 입력 2004년 5월 21일 18시 48분


부산지역 대학총장 7명이 여당의 ‘6·5 재·보선’ 선거운동에 나섰다고 한다. 열린우리당 부산시장 보궐선거대책위원회 및 산하 특별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된 것이다. 현행 선거법상 정치활동이 허용된 대학교수란 점에서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대학총장이 특정 정당의 선거사령탑으로 활동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그것도 이 지역 총장들을 ‘싹쓸이’하듯 거의 다 불러 모았다고 하니 ‘전 대학의 여당화’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교육현장의 선거바람 오염이다. 지역적·당파적 요소가 강한 정치현실에서 총장의 선거 참여는 대학 캠퍼스를 ‘편 가르기’에 휘말리게 할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총장과 정치적 선택이 다른 교수나 학생은 당장 총장을 어떻게 볼 것인가.

더구나 요즘 대학 사정은 어렵다. 특히 지방대는 과감한 구조조정이나 통폐합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조차 힘든 실정이다. 이런 때에 밤잠을 자지 않고 대학의 경쟁력 확보에 매달려도 부족할 총장들이 선거운동이나 하고 있다면 대학의 미래는 어둡다고 할 수밖에 없다.

정치에는 정치의 영역이 있고, 교육에는 교육의 영역이 있다. 서로가 각자의 영역을 존중할 때 나라도 사회도 건전하게 발전한다. 그런데도 여당은 선거에 도움 되는 사람이면 무차별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그렇잖아도 ‘정치 과잉’의 시대에 교육까지 정치의 하위 영역으로 치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신중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선대위에 참여한 총장들은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총장직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드는 편이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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