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여성 北남편상대 이혼 첫허가…법원, 재혼 길 열어줘

  • 입력 2004년 2월 9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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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가 남한에서 재혼하기 위해 북한 배우자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최초로 이혼을 허락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민법상 ‘중혼 금지’ 조항 때문에 결혼하지 못했던 기혼 탈북자들의 이혼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서울가정법원 가사7단독 정상규(丁相奎) 판사는 9일 탈북여성 오모씨(33)가 북에 있는 남편을 상대로 낸 이혼 및 친권자 지정 소송에서 “원고와 피고는 이혼하고 자녀에 대한 친권은 원고가 행사하도록 한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헌법 및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북한도 대한민국의 영토이므로 원고가 북한에서 한 혼인은 남한에서도 유효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남편의 생사를 3년째 모르는 형편이고, 남북의 왕래가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혼인관계 지속을 요구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남편에게 소송서류를 보낼 방법이 없어 공시송달을 통해 소송을 진행했으며 이로 인해 남편이 입게 될 불이익은 남편이 이혼사실을 알게 된 뒤 2주 안에 항소를 할 수 있는 ‘추완항소’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1997년 북한에서 결혼한 오씨는 이듬해 딸을 낳고 살던 중 2000년 가족이 중국으로 탈출했으나 남편이 체포돼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자 숨어 지내다 지난해 2월 딸과 함께 남한에 왔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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