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만 요란한 ‘총선용 이벤트’…정부 新국토구상 발표

  • 입력 2004년 1월 29일 18시 53분


코멘트
정부가 29일 발표한 ‘신국토구상’의 세부실천 과제들이 대부분 오래 전부터 추진돼 왔거나 이미 시행 중인 사업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포장만 요란할 뿐 내용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4, 5개 부처에 걸쳐 있는 사업도 많아 부처간 조율 등 선결과제도 적지 않은 등 추진 과정에 난항도 예상된다.

▼관련기사▼
- 대통령직속기구는 선심정책 제조기?
- 盧, 울산 국립대신설 건의받고 즉석 검토지시

신국토구상은 △지방자치단체와 지방대학 등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 혁신 클러스터 집중 육성 △신행정수도 건설 △공기업 지방 이전 등을 포함한 ‘5대 전략, 7대 실천과제’를 추진한다는 내용.

▽문제점은 뭔가=청와대와 정부는 신국토구상을 발표하면서 총선용이 아니냐는 세간의 비난을 의식한 듯 ‘수백회의 회의를 거쳐 나온 정책을 총괄하는 내용’이라는 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신국토구상은 각 부처가 개별 추진해 온 각종 전략을 짜깁기한 수준이어서 “신국토구상이라는 말이 무색하다”는 평가가 많다.

예를 들어 7대 과제의 하나인 ‘산업단지의 혁신 클러스터화 추진과제’는 산업자원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산업클러스트 활성화 추진정책’ △올 1월 내놓은 ‘자립형 지방화를 위한 지역산업 발전방향’ △2002년 발표한 ‘산업클러스터 활성화 정책’ 등 세 가지를 적당히 버무려 놓았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 국토의 계획적 개발 및 관리방안 마련을 포함한 ‘친환경적 국토관리’, 인천공항 부산신항 광양항 조기 확충 등을 포함한 ‘개방거점 확충 및 광역개발벨트 조성’ 등도 환경부 해양수산부 건설교통부 등이 나름대로 사업계획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산자부의 한 당국자는 “신국토구상 7대 과제는 그동안 나왔던 내용을 종합한 것이므로 지난해 나온 보도자료를 참고하면 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이번 발표를 두고 ‘총선을 앞두고 지방 유권자를 겨냥한 이벤트’라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걸림돌도 많다=우선 7대 실천과제의 대부분이 4, 5개 부처가 얽혀 있다. 그만큼 부처간 협조가 중요하다. 하지만 경인운하처럼 부처간 입장차로 난항을 겪는 대형 국책사업이 적잖은 현실을 감안할 때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고속철도 개통과 신행정수도 이전 등을 통해 ‘다핵(多核)형 국토’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지나치게 단순한 해법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환용(朴桓用) 경원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일본의 경우 고속철도 개통 이후 수도권이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다”며 “이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따라야 한다”고 충고했다.

▽신국토구상이란=국가균형발전위원회 주도로 만들어진 신국토구상은 △동아시아 경제권 급속 성장 △고속철도 개통(4월 1일 예정) △초고속정보통신망의 완비 등으로 국토 이용 환경이 바뀜에 따라 취해진 조치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신행정수도건설을 위한 특별법, 지방분권특별법 등 국가균형발전 3대 특별법이 지난해 제정됐다. 이에 따라 국토개발계획이 지방분권화 중심으로 바뀌는 법적 근거가 확보됐으며 이것이 신국토구상으로 구체화된 것.

신국토구상은 크게 5대 전략과제와 7대 실천과제로 나뉜다.

국가균형발전위는 계획대로 국토 이용이 진행되면 1인당 국민소득이 2012년에 2만달러, 2020년경에는 3만3000달러에 각각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차지완기자 c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