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善意 공격하는 부끄러운 사회

  • 입력 2004년 1월 9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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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캠퍼스 안에 원전수거물관리시설(방폐장)을 유치하겠다고 제의한 서울대 교수들이 ‘공격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교수들도 밝혔듯이 이번 제의의 참뜻은 방폐장 시설이 안전하다는 점을 널리 알리기 위함이었다. 많은 국민이 공감의 박수를 보낸 것도 이들의 선의(善意)를 충분히 헤아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보도가 나간 뒤 교수들에게 협박과 욕설전화가 잇따르는가 하면 시위대로부터 일방적인 매도를 당하고 있다고 한다. 교수들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일 뿐 서울대에 방폐장 유치를 결정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 ‘방폐장 표류’를 보다 못한 나머지 자신들의 견해를 당당하고 솔직히 밝힌 것에 불과하다. 이 같은 본뜻을 받아들이는 일이 중요하지, 당장 서울대 내에 방폐장을 유치해야 되느냐 마느냐로 실랑이를 벌일 문제는 아니다.

오죽하면 교수들이 서울대 안에 방폐장 시설을 유치하겠다고 나섰을까 하는 ‘막다른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 부안 사태가 악화되고 이 문제로 끝없이 국력이 소진되는 동안 다들 팔짱만 낀 채 누구도 적극적으로 할 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에 우리 사회는 오히려 부끄러워해야 한다. 교수들의 간절한 호소에는 무려 18년 동안 끌어온 방폐장 문제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이 담겨 있다.

교수들에게 돌을 던지는 것은 이 같은 문제의 핵심을 애써 외면하고 결과적으로 ‘바른 소리’를 봉쇄하는 일이다. 비단 방폐장 문제를 떠나 이런 횡포가 대립과 갈등이 급증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어떤 해악을 가져올지 더욱 걱정스럽다. 이래서야 정상적인 여론 형성과 사회 통합이 이뤄질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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