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윤철 감사원장 "언론 최대한 활용해야"

  • 입력 2003년 12월 21일 16시 17분


코멘트
전윤철(田允喆) 감사원장이 언론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며 직원들에게 적극적인 언론 접근 및 홍보 정책을 펼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감사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21일 "전 원장이 최근 간부들에게 '언론을 경원시하지 말고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감사원 기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언론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언론에 오르내리는 자체를 원치 않는다'는 감사원의 폐쇄적인 언론기조는 지난 달 전 원장 체제의 출범 후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우선 하드웨어적인 외형적 변화다.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감사원은 2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본관 1층에 있던 12평짜리 기자브리핑룸을 25평으로 대폭 확대했다. 언론사용 부스 10개와 브리핑 테이블 8개, 초고속통신망도 함께 설치됐다. 일부 간부들은 기자실 확대에 반대했으나 전 원장이 강행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눈에 띄는 건 언론에 대한 감사원의 체질적인 변화.

전 원장은 최근 일부 간부에게 "현장에 가서 힘들게 감사해 적발하는 게 몇 건이나 되느냐. 감사 계획이 미리 언론에 보도되는 것만으로도 이미 70~80%의 감사효과는 거두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그간 비공개로 해온 감사 안건 가운데 국민의 관심이 될만한 사안은 '감사예고-중간발표-결과발표' 등 3단계에 걸쳐 언론에 공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전 원장은 감사원의 취재환경을 둘러싼 언론의 불편사항도 최대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18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이 '발표된 감사결과에 관해 물어보려해도 담당 직원이 출장 갔다거나 자리에 없다는 답변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하자, "앞으로는 직접 국장급 간부에게 전화해서 물어봐라. 그렇게 지시하겠다"고 말했다. 민생현안과 밀접한 사안은 해당 업체의 이름이나 실명도 적극 공개하겠다고 했다.

그는 또 기자들에게 "감사원 문제 뿐만 아니라 각종 현안에 대해 열린토론회를 해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어 감사원이 내년 초 착수할 금융감독 특감과 관련, "이상적인 감사 결과의 도출을 위해 언론과 전문가의 얘기도 듣겠다"고 말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폐쇄적이고 고압적으로 비치는 감사원의 체질을 뜯어 고치고 감사의 실질적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